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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사태를 보내면서... (3)

COVID19 사태를 보내면서. 끄적끄적. (3)

1. 사실 며칠 전에 단체로부터 "urgent message for all expats"라는 좀 무서운(?) 제목의 이메일이 왔었다. 우리 단체의 security 담당자가 지금 당장 필리핀을 떠나지 않으면 앞으로 6개월에서 8개월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며,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이 사태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막상 이런 이메일을 받고 보니 순간 생각이 복잡해졌었다. 지금부터 6-8개월이면... 9월에서 11월까지인데, 그렇게나 오래? What's going on? 실제로 급하게 철수를 해야하는 가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떠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일찍 떠나게 된 것이다. 

2. 제한 국가에서 사역하다가 추방을 당해서 자기 짐도 못 챙겨 나온 선교사 가정들을 이곳에서 접할 때가 있다. 비교적 비자 받기 쉬운 곳이고,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싸고, 또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나라라는 이유로 필리핀을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선택한 것이다. 언제 어떻게 본인의 사역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곳으로 재배치가 될지, 또는 아예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는 그들의 transient 한 삶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때가 있다. 

3. What ifs...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우리도 어떠한 극적인 상황이 와서 수트케이스만 들고 급하게 떠나야 한다면, 우리는 이곳의 삶을 그렇게 간단하게 pack up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도 물어봤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겠냐고? "I will take my pillow with me." 뭐야, 베개 하나면 되는 거야? ㅎㅎㅎ 사람 사는 거 알 수 없다고들 하지만 pandemic이든, 민다나오의 내전이든, 언제든 pack light & leave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보다 더 심플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 관계에 후회가 없는 삶이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