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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in_Davao

남편은 사고뭉치 어제 저녁에 거실 청소를 돕다가 벽에 튀어나온 못을 제대로 밟아 남편의 발바닥 깊이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다. 일부러 밟으려고 해도 왠만해서는 밟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못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저렇게나 제대로 밟으셨는지... 거 참... 처음에 못을 밟았다고 했을 때는 바닥에 튀어나온 못도 없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왠걸... 순식간에 바닥에 피가 펑펑 쏟아졌다. 아이들도 나도 당황해서 우왕좌왕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위급 상황에서 아이들의 대처 능력을 보니, 이래서 아들이 든든한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왠만해서는 민첩함을 보이지 않는 J가 빛의 속도로 휴지를 가져와 피를 닦고 응급 상자에서 알코올과 밴드와 이것 저것을 챙겨 온다. A는 화장실로 뛰어가 급하게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더보기
Annual Garage Sale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Faith Community Wide Garage Sale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2월부터 미니멀리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었고, 아직도 쓸만한 좋은 물건들은 지인들에게 나눠주던지, 현지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과 필리핀 사역자들에게 기부하고, 애매한 물건들만 garage sale에 내놓았다. 매년마다 가라지 세일 이벤트에 참여하고 늘 살림을 줄이고 정리해왔는데, 솔직히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었다. 가진 게 많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가라지 세일은 지금까지 했던 다섯 번의 가라지 세일 중에서 규모가 제일 작았었다. 남편이 출장을 가고 없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판을 크게 벌리지도 않았지만, 이미 처분한 물건들이 많았어서 가볍게 치른 듯하다. 어젯밤 .. 더보기
Puto Maya 아일린 아줌마가 아침에 마켓에 다녀오는 길에 자기 아침을 해결하면서 내 것도 챙겨 왔다. 이것의 이름은 "뿌또 마야". 어찌 보면 우리의 약밥이랑 비슷한데, 찹쌀에 코코넛 밀크, 설탕, 소금, 생강이 들어갔다. 보통 바나나 잎으로 싸여 있고, 모양은 삼각형이다. 친환경 포장이 마음에 든다. 더보기
Despedida Dec 20, 2018 지난 화요일 우리 단체의 소박한 성탄절 파티가 있었다.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선물 교환과 게임, 그리고 평상시보다는 조금 더 신경 쓴 팟럭까지, 잠시 분주한 일상과 사역을 내려두고 함께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순서들 가운데 조금은 마음이 먹먹해 지는 시간도 있었다. 지난 10년을 함께 일해온 두 명의 필리핀 스태프를 떠나보내야 했던 despedida가 바로 그것이다. 단체의 크기도 예전보다 많이 축소됐고, 또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수년간 겪으면서 매년 paid staff를 let go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는데, 올 해는 우리 다바오 부서 소속 두 명의 직원을 보내는 힘든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지난 10년의 시간을 몇 마디의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 더보기
남편은 출장 중 Sep 27, 2018 남편이 워크숍 참석 차 태국 치앙마이로 떠난 지 13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의 분주한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진짜 너무 열심히 사는 거 아닌가?' 아침 일찍 일어나 두 녀석의 아침을 챙겨주고, 학교에서 먹을 간식 챙겨주고, 큰 애 먼저 학교에 데려다주고, 그다음에 바로 작은 애 학교에 데려다준다. 학교를 오가는 길은 chaos 그 자체인데, 아주 오래전에 사촌 오빠를 따라(정확히는 없어진 오빠를 찾아서) 가 본 오락실에서 보았던 레이스카(모토사이클이었나?) 게임이 떠오르게 한다. 게임용 차는 빠르게 달리고, 그 옆으로는 닭이 날아다니고, 소나 염소도 길을 건너고, 역주행하는 오토바이들과 느리게 가는 트라이 바이크, 쌩쌩 달리는 트럭, 그 사이에서 무단.. 더보기
일상으로의 복귀 Jul 30, 2018 다바오로 돌아왔다. 48시간의 긴 여행 끝이어서 그런 것일까? 집에 오니 참 좋다. 물론, 현관문도 고장 나고, 부엌 캐비닛 문짝은 떨어져 있고, 싱크에서 물이 세고, 그동안 안 보이던 개미들이 새로운 곳에 집을 지은 듯하고.... 무엇보다 unpacking이라는 엄청난 task가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참~~~~ 좋다. 시차로 인해 새벽 3시에도 잠을 깨고, 억지로 잠을 청해봐도, 30분마다 깨고, 결국에는 6시도 전에 일어나게 된다. 여유롭게 커피를 내려 my favorite 잔에 담아 마시는 기분이 참 좋다. 아이들은 두 달 반동안 만나지 못했던 장난감들을 찾느라 분주하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만난 마냥 둘이 노닥거리며 한참을 논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기까지 어느 .. 더보기
24시간 단수 대비 Oct 27, 2017 오래간만에 단수 공지가 떴다. 미리 알려주기만 해도 쌩큐지. 미리 모든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가 밀리지 않도록 부엌 정리. 내일 먹을 밥 한솥 해놓고 된장찌개도 한 냄비 끓여둔다. 그다음에는 욕실 물통들에 아이들 저녁에 씻길 물을 가득 채우고, 부엌에도 물을 받을 수 있는 통들을 꺼내 가득 채웠다. 싱크에도 설거지 통에 물 받아두고. 아, 제일 중요한 화장실에도 flush 가능하도록 bucket 하나 정도의 물 준비. 사실 버킷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24시간 후에는 물 다시 나오겠지? 더보기
새로운 집. 장점과 단점. Sep 13, 2017 새 집에 이사온지 이제 한 달 반이 넘어간다. 급작스럽게 결정을 하고 힘들게 이사를 했던 탓인지 이게 옳은 결정이었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일 년 후에 집주인이 돌아오면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을 알고도 이사를 결정했기에 다들 일 년 후에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왔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단점부터 말해보자. 1년 후에 원래의 renter 들이 돌아오면 우리는 또 이사를 가야 한다. 우리 사정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써왔던 물건들을 많이 처분했어야 했다. 손에 익었던 가스레인지나 오븐, 세탁기, 에어컨, 냉동고, 등등 많이 처분했다. 익숙한 물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또 새로운 전자 제품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순발력이 부족한 주부에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