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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Faith Unraveled by Rachel Held Evans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헤아려 본 믿음(Faith Unraveled)"를 읽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코스타의 pre-conference 프로그램인 KOSTA Open Chat의 한 꼭지를 맡아 섬기게 되었는데 (내가 맡은 주제는 '믿음'), 이 책에서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Evolving in Monkey Town"인데, 번역을 해보자면 "원숭이 마을에서 진화중" 정도로 해볼 수 있겠다. 저자가 자란 데이톤이라는 테네시주의 작은 이 동네는 100여 년 전 "Scopes Monkey Trial (스콥스 원숭이 재판)"이라고 불리는 재판으로 전국적, 아니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마을이다. 간단히 말하면, 진화론과 창조론이 세상 재판장에서 한 판 붙었다고 볼 수 있는데,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피고측 변호인이었던 클래런스 대로우가 원고측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코너에 몰아 넣었던 사건. (재판 내용 궁금하면,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시길)

근본주의 신앙과 그 신앙을 지키기 위해 기독교 변증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 속에서 자란 레이첼은 그 누구보다 변증에 대해서 잘 훈련되어 있었고, 거침이 없었으며, 변증을 자신의 사명으로까지 여겼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녀가 어떠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신앙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큰 회의에 빠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그녀를 사랑했던 가족, 친구, 교회를 놀라고 걱정케 했다.

어떤 부분 내 신앙의 배경, 그리고 여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 어떠한 분노, 동질감과 통쾌함, 그리고 부러움을 느꼈다. 미국 보수 교단에서 신학을 공부한 나로서 그녀가 배운 사고의 방식, 교육의 틀에 놓인 어떠한 체계가, 내 기억 저편에 묻어버린 그리 달갑지 않은 감정으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신앙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하고, critical 한 질문을 던지고, 하나님은 물론 모든 면에서 삐딱함을 보이자, 주변인들은 염려하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그녀를 persuade 내지는 convince 하려 했다. 하지만, 좋게 말했는데도 전혀 먹히지 않을 때는 단순한 안타까움을 넘어선 frustration으로 반응한 것도, 내 신앙의 서클 안에서 자주 경험했던 익숙한 모습이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 또한 가졌을법한 질문들에 대해서 나는 주변인들과 openly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었고 (나의 이야기에 경청하기 보다는 답정러로 반응할 것이 분명했기에 의지적으로 오픈하지 않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게 할 수 있는 physically 가까운 trusted 공동체도 없었다(사역지에 있었기에). 아주 close 한 그룹에서 돌려 돌려 이야기한 정도가 "I don't know how it may sound but I feel like my faith is evolving (이 표현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신앙이 진화하고 있어)"라고 아주 모호하게 이야기한 것이 다였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자신의 신앙의 여정을 '진화'로 표현한 것은 신기한 일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거침없는 질문들이 부러웠다. 나의 삶의 자리와 위치가 그것을 마음껏하지 못 하게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었고, 비겁하리만큼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것, 자기 검열이 심할 수밖에 없는 context 안에서 일하고 있는 내 상황이 이럴 떠는 참으로 아쉽고 답답하다.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은 자신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리고 그녀의 믿음을 살린 것은 의심이었다고. (나의 생존 이야기는 어떠한가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구약 성경에 그 출발점이 있더라는…) 난 그녀가 자신의 의심을 통해 구원받은 것에 감사하고, 소망을 본다. 작가가 말하듯, 믿음은 지적인 동의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성심 그 이상을 요구한다. 그것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 필연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그분이 만드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마음, 외면하지 않고 먼저 내미는 사랑의 손길에 담겨 있다. 바울도 이야기했던 faith that works through love!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아쉽다. 한 장 한 장이 소중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그녀가 더 이상 이 땅에 없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https://youtu.be/TKxeM3uv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