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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코스타 개인 후기

아이들이 코스타 기간에 사용한 booklet을 훔쳐(?) 보았다. 설교 노트도 적고, 기도 제목도 끄적인 사적인 공간인데 엄마는 재미나게 읽어보았다.
나와 남편에게는 코스타와의 인연이 30년을 향해가고 있지만, 두 아이들에게는 이번이 겨우(?) 네 번째 코스타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동남아에서의 10년 사역을 정리하고 본국으로 돌아온 후 처음 참석한 코스타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첫 코스타였는데, 그 자체가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을 것이다.
평생을 동남아의 섬나라에서 자라며 제대로 된 주일학교나 VBS도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수백 명의 한국 사람들이 모여 3박 4일간 함께 밥 먹고 예배드리는 건 충분히 낯설고도 신기한 일이었다. 특히 극내향 성향의 큰아이에게는 정말 버거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컨퍼런스를 마치고 난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나름 얻은 것들이 있었는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는 말을 늘 남기곤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해마다 코스타가 점점 더 편해진다거나 익숙해지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딱 십대의 중간 즈음에 들어선 큰아이는 이번 코스타를 앞두고 훨씬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집에 있을걸 괜히 왔다"는 말부터 "아는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까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첫 집회를 앞둔 저녁 식사 시간까지도 그대로 말로 흘러나왔다. 나도 컨퍼런스 시작 전에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인데, 내 마음을 준비할 틈도 없이 아이의 감정을 돌보느라 집회 시작도 전에 이미 심리적으로 지쳐 있었다.
그래도 시작되면 목요일까지는 자의반 타의반 서로 볼 기회도 거의 없으니, 최대한 참아가며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특별히 잘 하려고 하지 말고, Just be yourself. Be critical as much as you can. Be socially distant if you need to.”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안도감이 들었는지 씨익 웃으며 컨퍼런스 장소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아이를 위한 기도가 나왔다. ‘Now it’s totally up to you, God. I will do what I can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와 비슷한 마음일지 모르는 참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3박 4일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루에 4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함께 웃고 울며 시간을 보냈다. 이번엔 카페테리아에서 아이들과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었다. (남편도 너무 바빠서 얼굴 볼 틈이 없었고.) 모두 각자의 시간 속에서 코스타를 보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왕복 2000마일. 컨퍼런스 앞뒤로 각각 이틀 동안 식사 시간, 쉬는 시간, 개스 넣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15시간, 총 30시간이 넘는 긴 로드트립을 했다. (여행 길 전에는 코스타 강의 준비보다는 길에서 먹을 10끼의 식사 계획을 짜느라 마음이 분주했고, 장조림, 김치볶음, 깻잎장, 간식 준비하느라 더 바뻤다. 아이들이 rest area에서 도시락 먹는 재미로 로드 트립을 하다보니 이 준비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 길에 부모 못지않게 꽉 찬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피곤했던 두 아이는 식사 시간 외에는 거의 내내 차 안에서 잠만 잤고, 남편과 나는 그제서야 처음으로 서로의 코스타 이야기를 업데이트 해주며 긴 운전 시간을 채워갔다. (그러다 기절하듯 잠들기도 했다.)
아이들과는 대화할 여유조차 없이 긴 길을 달리다가, 집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에서야 겨우 물어볼 수 있었다. “이번 코스타에서 what was your highlight?”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향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둘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기대를 안고 코스타에 갔지만, 의외로 설교 시간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작은 아이가 첫날 설교 내용을 얘기해줬다. 히브리어 ‘샬롬’이라는 단어의 root word에서 파생된 ‘샬롬이 아닌 것들’을 표현하는 단어를 설명하며, 온전한 샬롬과 깨어진 샬롬에 대해 들었는데 그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큰 아이는 옆에서 “엄마는 무슨 말인지 알 껄?” 하며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그저 놀라웠다. 설교를 그렇게 열심히 듣고,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부담스러워하는 큰아이는, 의외로 같은 조로 만난 그룹이 좋아 그것이 이번 코스타의 하이라이트라고 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함께 하는 시간이 힘들지 않았다니,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긴 찬양 시간과 기도 시간은 여전히 첼린징한거 같았지만. ㅋㅋ
더불어 어떤 아이가 찬양하고 기도할 땐 엄청 열정적인데, 평소엔 사람들에게 mean하다고 하더니 “He only loves God”라는 말을 했고, 우리는 그 말에 다 빵 터졌다. 공존해서는 안 되는 것이 늘 공존하는, 깨어진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모습이랄까... 웃픈 현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가 겪는 내면의 갈등도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이웃 사랑으로 흘러가고, 그 사랑이 공동체의 샬롬을 이루는 삶—그게 우리가 꿈꾸던 신앙의 모습이 아니던가.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그 정반대.
화려한 단어나 신학적 용어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이들의 내면 속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고민하고 구별할 수 있는 감각이 자라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 신앙과 신념의 안과 밖이 다를 때, 바로 그 순간 샬롬은 깨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이번 코스타는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잠이 부족했고, LGS 준비도 성에 차지 않았다. 하루 네 시간도 채 안 자며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으며,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남편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는데,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밀린 일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시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곧 새롭게 시작하는 성경 공부 세션들이 있고, 3주 안에 마쳐야 하는 리서치 페이퍼도 있다. 아이들이 방학 중에 “학교 얘기 금지!”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내 마음이 딱 그렇다. 코스타의 열기가 남았지만, 지금은 빠르게 일상으로의 복귀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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