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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텍사스 도너츠 소그룹과 함께한 첫 계시록 공부

텍사스 한인 이민자들이 오랫동안 해온 비지니스 중 하나가 수제 도너츠 샵 운영이다. 이분들은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새벽에 도너츠 반죽을 시작하고, 매일 아침 신선한 도너츠를 만든다. 보통 샵은 오후 1시에 문을 닫고 집에 오셔서 늦은 점심을 드신 뒤, 저녁 8시나 9시쯤 잠지라에 드신다. 그래야 다시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중 거의 문을 닫지 않고 운영하기 때문에 이분들의 생활은 매우 고정적이고 규칙적이다.

이러한 삶의 리듬 때문에 도너츠샵을 운영하거나 캐쉬어 일하시는 분들의 교회 소그룹 모임도 보통 주중 오후 시간에 이루어진다. 주말에도 샵을 운영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주말 저녁에 모이는 방식은 이분들께 맞지 않는다.

이번 주부터 약 6주간 "도너츠" 소그룹 집사님들과 함께 하는 요한계시록 성경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신 뒤 늦은 점심 드시고 부지런히 모임 준비를 하신 듯하였다. 새벽부터 일하시느라 피곤하실 텐데도 먼 거리 운전하고 온 나의 상황을 먼저 걱정 해주셨다.

유스나 청년부와 달리 이 집사님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성경 공부를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너무 학구적인 방식은 부담이 될 수 있고, 단순히 분위기만 즐기는 성경공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껏 준비해 오신 간식을 나누며 근황 토크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성경 공부로 이어졌다. 몇 해 전 1년간 계시록 시리즈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셨지만, 그때는 열심히 들었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호탕하게 웃으셨다. 계시록은 왠지 건드리면 안 될 책처럼 느껴진다고도 하셨다.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무섭게 느껴졌던 내용들 그 바탕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2시간에 가까운 짧지 않는 시간 보여주신 진지한 눈빛과 태도, genuine한 질문들... 마음 속에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한참 어리고 부족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셨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하셨다. (이제 겨우 인트로만 나눴을 뿐인데...)

60대를 넘기신 분들도 계시고, 이제 막 60을 앞두신 분들도 계신데 (아! 70이 가까운 분도 계셨다!), 삶에 대해 여전히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너무 큰 부담을 드리고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