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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사사기 수업에 대한 reflection

내가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방식이 어떤 면으로는 채점이나 성적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함께 공부하고 있는 사사기에 대한 정보를 주고, 해석의 옵션들을 설명해주고, 그것들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시험을 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점을 두고 하고 있는 작업은 아이들이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껏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연습하는 것이기에... 이걸 어떻게 채점을 할 수 있나 싶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그룹 프로젝트로 에훗의 이야기를 가지고 Comic Strip을 만드는 과제를 하고 있다. Daniel Block이 에훗의 이야기를 literary cartoon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이들에게 직접 만화를 그려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단, 이야기가 너무 잔인하니 PG나 PG-13으로 그려야 한다는 룰을 주었고, 이야기가 전하는 레슨을 잘 담아내야 한다는 말도 해 주었다.

오늘은 그룹 프로젝트를 하다 말고, 신앙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벌어졌었다. 한 아이가 하나님이 만약에 나보고 트럼프를 죽이라고 하면 어쩌냐 하니까, 다른 아이가 나치 이야기를 꺼내고, 그다음에 히틀러 암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 전쟁 후에 독일 사람들 다 어떻게 됐냐(독일 아이가 무지 난감해했는데..), 911, 다바오에서 있었던 폭탄테러 등등.. 애들이 쉬지 않고 손을 들어서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기가 난처하기까지 했었다. 한 아이가 하나님이 살인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했더니, 그러면 하나님은 (가나안 사람들을) 왜 다 죽이라고 하냐. 생명은 하나님꺼니까 하나님 마음이다. 우리가 죽이는 거랑, 하나님이 죽이 거는 다르다. 그러면 사형 제도는 어떻게 하냐, 등등... 엄청 치열했다. 이럴 때는 정말 내가 영어를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어만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마는...)

다음 주는 사사 삼갈에 대한 구절을 공부하는데, 사사기서 내에서 삼갈에게 주어진 구절은 3장 31절, 달랑 한 절이고, 5장 6절에 언급되는 것이 전부이다. 이 한 절을 두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떠한 질문을 던질까...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

다음 주에 대한 예고를 하면서, 관찰과 질문 포인트를 미니멈으로 15개를 만들어보자 했더니, 한 아이가, "선생님, 이 구절 안에 20개의 단어가 있는데, 15개의 관찰 포인트를 적으라고요?" 하며 동그란 눈을 뜨고 물어보는데... 귀여워 ㅋㅋㅋ... 응. 너희는 할 수 있어... 이미 잘하고 있거든..이라고 대답해주었다.

혹시라도 학생 중 누군가가 이 구절만 보지 않고, 앞뒤 문맥과 연결시켜 질문을 던진다면... 엄청 감동할 것 같다. 이미 앞 문맥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아이들이 서너 명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몇몇 아이가 에훗의 이야기를 공부할 때, 이스라엘의 2nd cycle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언급했고, 옷니엘 때는 40년 동안 평화였는데, 에훗은 80년이라고, 왜 더블이 되었는지 묻기도 했다.)

아이들의 말씀을 보는 관점이 성장해 가는 과정은 한 쿼터에, 한 학기에 완성되지 않을 것이고, 완성되어서도 안 될 텐데, 멀리 내다보고 수업을 디자인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말해서.. 채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점수를 막 줘서 그런지 애들 성적이 평균 A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뭐만 해서 제출하면 만점을 주니... 선생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마는...)

혼자서 관찰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고... 나는 fill in the gap을 해주고... 지금은 딱 요만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관점이 자라면, 수업 디자인 방식에도 변화가 오겠지?

아무튼, 금요일이다. 한 주의 수업을 이렇게 또 마무리한다. 이제부터는 삼갈, 드보라/바락의 이야기를 준비한다. 앞으로 3주 동안의 내용이다. 기드온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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