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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지난 몇 일 동안 고열과 기침으로 아픈 두 아들 녀석들 돌보느라, 학기 말 수업 마무리하고 채점 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큰 녀석만 아플 때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두 녀석 모두 아프기 시작하니 수업 준비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도 두 아이들의 상태가 어떨지 몰라 lead teacher에게 전 날 미리 연락을 넣어 sub을 부탁하고는 아이들 돌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녀석은 힘이 없다고는 하면서도 제 시간에 등교를 하고, 다른 녀석은 평상시 보다는 늦게까지 잠을 자더니만, 일어나서는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급하게 마스크 챙겨서, 따뜻한 깔라만시 쥬스를 텀블러에 담아 학교에 보냈다.

아침 시간에 밀린 수업 준비를 해볼까 하고 2층 홈 오피스 방에 앉았는데, 오늘따라 집주인이 사람을 불러 지붕 공사를 시작하네. 몇 일 전 폭우에 화장실 벽에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일이 있기는 했었지만, 하필 오늘 공사라니. 오늘 오전 레슨 플랜은 이렇게 물건너 갔다.

갑자기 생긴 엑스트라 시간. 책상 옆 책장에 꽂아두고 읽지 못 하고 있던 책을 집어 들고 달달한 믹스 커피를 마시며 사치스런 여유를 부려본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사사기서의 텍스트와 씨름하느라 책을 읽어도 필요에 의한 selection으로만 원치 않는 편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성서신학 관련 책이 아닌, 주석책이 아닌, 바로 이 책. 텍스트 넘어의 시선과 관점을 읽어내는 이 과정 자체가 이리도 refreshing할 줄이야.

텍스트 물고 늘어지는 것을 업(업. 이거 기독교 용어 아닐 것 같은데... 거룩하게 “소명”이라고 표현할까? ㅎ)으로 알고 살아 온 나. 삶이 고달프거나 심심할 때 (그래, 맞다. 심심할때!!!) 언제나 펼쳐 보던 그 텍스트. 텍스트와의 씨름 자체만으로도 큰 만족을 얻던 나.

그러나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가는 길은 나에게는 너무도 낯선... 때로는 소극적이기도 한... 그런 영역(물론, 좋은 스승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 싶기는 한데...)이기에, 오늘 아침 이 짧은 여유가 느끼게 하는 신선함과 eye opening한 경험이 참 좋구나.

인문학 전공자로서 아... 그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껄... 영어를 더 잘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하나마나한” 생각을 해보면서...

오늘은 앞 부분 조금 읽고, 이제 남편이랑 점심 먹으러 가야겠다. 이 책 과연 끝낼 수 있을까? 사사기 마치면 사무엘상하/열왕기상하 레슨 플랜 시작해야 하는데... 멀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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