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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Deeply Rooted in Love - 여성수양회 후기 1

주말 2박 3일 동안 몸 담고 있는 로컬 교회에서 여성 수양회를 진행했다. 지난봄 어느 늦은 밤, 한 친구와의 캐주얼한 대화의 결과물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과 마음을 쏟는 우리 둘은 이번 수양회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도대체 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이런 일을 벌인 것이냐며 서로 기막혀하며 웃곤 했다.

아마도 그것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면서 많은 결핍과 상실을 겪어 온 우리 각자의 삶의 여정이, 이제는 그 lostness마저도 embrace 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소명을 따라, 그렇게 삶을 살아내자고 모두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처음 마음은, 여성을 대상으로 했던 몇 번의 강의와 말씀 나눔을 적당히 버무려 준비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우리 공동체에게만 주어진 고유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준비했던 말씀을 수차례 뒤집어엎어야 했고, 결과적으로는 그런 수고가 아깝지 않았기는 했지만...

2박 3일의 수양회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면서,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고, 이렇게 했는데 별 임팩트도 없으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고민까지 하느라 말씀 준비 시간은 쉽지 않았었다. (내 능력 밖의 일을 하느라 늘 이렇게 맘 고생하면서도 또 하고 그런다.) 그리고 physically 정말 시간이 없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준비 기간이기도 했다. 교회의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굳이 이런 일을 벌여야 하냐는 질문들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과 필요한 일을 함에 있어서 재정의 어려움이라는 이유로 포기하기엔,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는 판단도 들었고). 일을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곁에 격려해 준 목사님과 지체들이 고맙다.

여러 가지 우려도 있었다. 30대 초반에서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함께 모여, 과연 어떠한 tension도 없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엄마와 딸이 엄마의 친구들, 또 친구의 엄마들과 함께 조모임이 가능할까? 집사님들은 며느리 또래 자매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 줄 수 있을까? 젊은 자매들은 시어머니 또래의 집사님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싱글 여성이 기혼 여성의 이야기를, 또 vice versa, 귀 기울여 줄 수 있을까? 아니, 굳이 '여성'이라는 이름 하에 모일 필요가 있을까?

고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회 내의 여성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모든 세대에게 있을까? 하나님 나라 안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고민은 나만 하는 거 아닐까? 우리의 정체성이 여성으로만 정의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여성으로 모여야 할까? 싱글 여성, 비혼 여성, 기혼 여성, 한부모여성... 이렇듯 모두의 삶의 자리가 다른데, 이 모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내가 수양회 주강사인데(나보고 in-house 강사라고 한다. 큰 칭찬이고 격려다!), 3번의 말씀 준비뿐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 디자인도 하고, 크고 작은 준비물도 챙기고, 여러 액티비티도 하고, 조모임도 하고, 게임도 하고, 마지막 저녁 애찬식도 인도하고(살다 살다 내가 이런 것도 해보네 ㅎㅎ)...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있는 체력, 없는 체력 모두 끌어올려 사용하고, 비타민도 엄청 챙겨 먹고...

하지만 함께 일을 추진했던 친구의 나눔처럼 "진짜 힘들지만 하나도 안 힘든 시간"이었다. So rewarding! (왜 이리도 rewarding 한지는 다음에 또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간혹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 내어준 길이 있다면 그냥 그 길을 따라가고 싶은데, 때로는 길을 만들며 가야 한다는 것이 내 성향상 쉽지가 않다. 비교할만한 샘플도 없고, 앞이 보이지 않고, 방향을 알 수 없는 기분도 든다. 

실제로 우리 부부의 삶의 방식, 특별히 각자의 소명을 따라 교회와 선교 사역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교회 어른께서 우리 부부를 격려하시면서 남편과 함께 분야를 나누어 좋은 파트너가 되어 섬기는 모습이 본이 된다고 하셨다. (실제로 이번 수양회 준비에 있어서 남편이 제7의 멤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그 이야기를 전하며 "사실 우리 쇼윈도 부부잖아!"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함께 섬겨준 준비팀 멤버들과 동지애도 생겼다. 그리고 준비팀이 아니어도 마음을 모아주고 힘을 보태준 지체들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하나님 나라 안에서의 파트너십이 이런 것인 듯하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하셨다. 그리고 그 두가지 만났을 때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진다.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으로 부푼 우리의 마음은 성령님께서 채워주신 것임을 나는 안다. 

수양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는 바로 뻗어 버렸다. 이틀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몸은 쑤신다. 하지만 마음은 기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은 그다음을 모색한다. 직업병인 듯하다. 그다음에는 뭘 하면 좋을까?

[수양회 다녀와 벅찬 마음과 피곤함이 적당히 뒤섞인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