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Term Paper를 제출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워도우 스타터에 밥을 주는 일이었다. 바빠서 한동안 빵을 굽지 못했는데, 학기 마무리를 기념하며 가장 먼저 빵을 굽고 싶었다.
보통 몇 시간이면 두 배로 부풀어 올라야 할 스타터가 반나절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쉬어서 dormant 상태가 된 것인가 싶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충분히 부풀어 있었다. 아마도 날씨가 추워 반응이 느렸던 것 같다.
천연 발효종으로 빵을 굽는 일은 언제나 내 예상을 빗나간다. 발효종의 상태에 따라 반죽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고, 집 안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반죽의 상태가 바뀌며, 발효의 정도에 따라 빵의 풍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은 환경 변화에도 발효종의 상태와 결과물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워도우를 굽는 일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사 먹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주변의 모든 일이 full speed로 돌아가는 가운데, 나만 느리게 움직이고 싶을 때 나는 사워도우를 굽는다.
사워도우 굽기는 과정을 중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교사이다. 과정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매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과정을 중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급한 상황에서는 결과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은 느리고 번거롭고 더딜지라도, 그 느림 속에는 삶을 풍성하고 관계를 의미 있게 만드는 특별한 가치와 여정이 담겨 있다.
과정이 무시당해 속상한 일을 겪는다. 책임감이 투철하고 맡겨진 일에 온 힘을 쏟는 나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과정을 보지 못하기에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누가 뭐라 하든 묵묵히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은 생각보다 속이 단단해야 가능한 일이다.
2025년 첫 사워도우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시작 같아서 좋았다. 오븐에서 나온 후에도 2~3시간의 cooling 타임을 거쳐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이 빵은 기다림의 가치를 일깨운다. 그 과정을 오롯이 아는 사람이 먹는 맛은, 같은 빵을 먹더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느리고도 정직한 이 과정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결과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Update: Cranberry Walnut Sourdough 완전 맛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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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thing I did after submitting my term papers this semester? Feed my sourdough starter. I hadn’t baked bread in a while, but I wanted to celebrate the end of the semester by baking a fresh loaf.
At first, the starter showed no signs of life—it didn’t budge after half a day. I thought it might have gone dormant after sitting untouched for so long. But by the next morning, it had risen beautifully. It turns out, the colder weather was just slowing things down.
Baking with sourdough always surprises me. Knowing when the starter is ready, how the dough will react, or how long it needs to ferment—it’s never exactly the same. Even small changes in the environment, like temperature and humidity, can make a big difference.
It might seem impractical to spend time baking bread when you can just buy it, but sometimes, in a world that moves so fast, I just want to slow down. Sourdough teaches me to value the process. Each step requires patience and attention, and the outcome is shaped by how much care goes into it. It’s a great reminder that life is like that too—taking the time to live with integrity, where faith and actions align, might be slower and harder, but it brings a richness that’s worth it.
The first loaf of 2025 wasn’t perfect, but it felt like a fresh start, and that made me happy. And let me tell you—patience pays off. Even after baking, the bread needs 2–3 hours to cool before it’s ready to enjoy. But the taste of a loaf made slowly and honestly is something special.
Update: Cranberry Walnut Sourdough = so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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