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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유스 수련회

지난 목요일부터 3박 4일간 청소년부 수련회를 다녀왔다. 수년 안에 꺽어진 백 살을 앞두고 청소년 수련회를 참석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했다. 게다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상 쉬운 일이 아니다.

3년을 함께 한 아이들인데, 우리의 염려와는 달리 하나님께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아이들을 자라게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그렇구나. 아이들은 또 이렇게 커가는구나. 재치 넘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참 예뻤다. 게다가 그들 틈에 내 두 자녀도 함께 있어서 나는 더 큰 특권을 누렸다.

전통적인 교회의 방식이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교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 수련회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수련회를 마치고 주일 예배까지 드린 후,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큰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온 나라가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더 나은 소식은 잘 들리지 않고 아픔 위에 또 다른 아픔만이 쌓여간다. 이런 세상 속에서 교회는 여전히 무정하고 냉담하며 차가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수련회 기간 동안 친구와 선후배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울어주었던 청소년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몸도 마음도 무거운 상태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늦은 아침,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새해 전야에도 있을 수업 준비를 하며 꾸역 꾸역 페이퍼를 써 내려가다가, 남편이 끓여준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먹는다. 이 세상은 과연 교회에서 따뜻함을 대접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이토록 거칠고 적대적이며 무례하리만큼 무관심한가? 왜곡된 진리 수호라는 명목 아래 폭언을 일삼고 폭력을 행하는 이들이 역겹다.

새로운 세대에 희망을 걸어도 될까? 나는 그래도 소망을 품어 보련다. 수련회에서 본 청소년들의 따뜻함과 공감의 능력이 미래를 밝힐 수 있음을 믿어본다. 교회가 변화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랑과 연민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런 변화가 작은 시작이라도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커져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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