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3, 2017
새 집에 이사온지 이제 한 달 반이 넘어간다. 급작스럽게 결정을 하고 힘들게 이사를 했던 탓인지 이게 옳은 결정이었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일 년 후에 집주인이 돌아오면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을 알고도 이사를 결정했기에 다들 일 년 후에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왔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단점부터 말해보자.
- 1년 후에 원래의 renter 들이 돌아오면 우리는 또 이사를 가야 한다. 우리 사정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우리가 써왔던 물건들을 많이 처분했어야 했다. 손에 익었던 가스레인지나 오븐, 세탁기, 에어컨, 냉동고, 등등 많이 처분했다. 익숙한 물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또 새로운 전자 제품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순발력이 부족한 주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이 집은 전에 살던 집에 비해서 덥다. 많이 덥다. 에어콘에 손이 더 많이 간다. 전기세가 더 많이 나간다는 말이다.
- 돌봐야 하는 애완동물들이 생겼다. 매 주 목욕을 시키고, 집 청소를 해줘야 하는 것은 일이다. 그리고 나는 동물 냄새를 안 좋아한다. ㅡㅡ;;
- 수압이 약하다. 샤워를 할 때면 답답하다. 속 시원하게 물이 안 나온다.
- 전압도 약하다. 샤워를 하느라고 워터히터를 좀 돌리면 자동으로 꺼져버린다. 내 맘대로 샤워도 못 한다.
- 물건들도 사람들을 알아보나? 주인이 바뀌니 갑자기 고장 나는 물건들이 많다. 여기는 보통 2-3시간이면 고칠 수 있는 물건도 2-3일이 걸려야 고쳐진다.
장점.
- 안식년을 떠나신 분들이 꼭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이 바닥의 라이프 스타일. 반대로, 우리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기로 다짐하고 당장 일어나질 상황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기로 한다.
- 지난 5월 홍수 이후 비가 여전히 자주 오기는 했지만, 홍수가 날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다 한 번 있었던 홍수로 호들갑을 떨면서 이사를 했나 싶었다. 그런데 이사온지 딱 한 달 반 만에 이 지역에 major 한 홍수가 났다. 전에 살 던 집도 지난번과 비슷한 높이의 물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홍수의 염려가 전혀 없었다. (Nevertheless, 여전히 홍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선교사님들 가정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며칠 전 늦은 밤 폭우가 쏟아지는데 그분들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 물건들을 많이 처분한 덕에 소유한 가전 제품의 수가 확 줄었다. 그리고 갑자기 캐시가 들어온 것도 타이밍이 좋았다. 이 곳에서는 전자 제품을 maintain 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보통 수명보다 빨리 유명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냉장고가 그렇고 밥솥이 그렇다. 전압이 일정하지 않고, 정전이 자주 되기 때문이라 그렇다고들 한다. 내 물건들이 아닌 것들이 많아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무소유, minimalist의 삶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해야 하나?
- 집이 더워 에어컨을 자주 돌리게 되기는 하지만, 이 집에는 윈도우형이 아닌 벽걸이용 에어콘이 있어서 덜 시끄럽고 상대적으로 전기도 덜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실에 에어콘이 있다!!!!! 거실에 에어콘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정말 감사하다.
- 집을 지켜주는 개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도둑이 많은 우리 동네에서 싸나운 개 한 마리가 마당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지. 마음이 든든하다. 그리고 가끔 그 개가 엄청 큰 쥐들도 잡아서 문 앞에 가져다 놓는다. ㅡㅡ;; (이건 좋은 일이 아닌가?) 햄스터도 귀엽다. 최고다. 귀요미.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은 것 같다.
- 수압이 약해서 샤워 시간이 짧아졌다. 물을 아끼게 된다. 본의 아니게.
- 전압이 약해서 샤워 시간이 짧아졌다. 여유 부리다가는 갑자기 정신 번쩍 나는 찬물 세례. ㅋㅋㅋ 나도 모르게 "꺄악!!!!!" 소리를 지르게 된다. 뜬금없는 발성 연습.
- 주인 눈치 안 보고 아이들이 마당에서 분필로 실컷 그림 그리고 놀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곳.
- 집 안 곳곳에 bay windows와 소파, 쿠션들이 많아서 어디든 앉아서 책을 앉을 수 있는 reading nook들이 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도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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