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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2019 한국방문: 주일, 어느 교회를 가야하지?

한국에 어떤 특별한 연고가 없는 우리 부부는 이렇게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겉으로는 굉장히 분주해 보임에도) 여러 모양으로 외딴섬처럼 지내게 될 때가 많다. 그중에서 제일 난감한 것은 주일에 어디를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에 후원 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방문할 때마다 특별히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교회는 없는 셈이다.

한국에 도착한 첫 주 주말에 지인분들과 만나 저녁 식사 교제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한 분이 사랑의 교회 마당 기도회는 어떠냐고 슬쩍 말씀하셨었다. 토요일 저녁까지 고민하다 전부터 궁금하기도 했고 거리상으로도 나쁘지 않고 해서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마침 박득훈 목사님께서 설교자로 섬기는 주일이기도 했었다.)

서울 지리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네비가 우리를 잘못 인도해서 서초에 있는 사랑의 교회로 가기도 하고... 교회를 찾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그곳에 도착했고, 주차 위원의 도움을 받아 주차에도 성공을 하게 되었다(서울에서 주차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한국에서 많은 교회를 방문해보지는 않았지만 대형교회든 작은 교회든 일반적으로 환대의 공동체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마당 기도회에서 환영받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은 그냥 순전히 기분 탓이었을까? 아이들도 심하게 조직적으로 짜인 주일 학교보다는 사람이 많이 없는 그곳에서 조금 더 수월하게 우리와 떨어지게 되었다 (솔직히 아이들은 새로운 곳의 교회 주일 학교 가는 것을 참 싫어한다). 

예배는 차분했고 화려함을 쏙 뺀, 정갈함까지 느껴졌다. (교회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 어떤 예배를 드리게 될까... 문득 그런 생각도 하게 되는데... 어쨌든...) 한국에서든 어디든 새로운 곳에서 교회를 방문하고 예배를 드리게 될 때, '주님, 이곳에도 계십니까'라고 묻곤 하는데... 그곳에도 주님이 계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예배를 인도하는 사회자와 대표 기도를 하신 분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부분도 굉장히 새로웠다. 여성의 교회 안에서의 위치에 대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답답함과 상처를 경험 중인 나로서는 그 자체로 힐링이기도 했다. 예배의 중심에 남성들이 득시글(?) 거리는 주일 예배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고 해야 할까? 

박득훈 목사님의 설교는 절절했고 진정성으로 가득했다. 이 분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 하지만 이런 분이 한국 교계에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에 힘 잔뜩 들어가 있고 한주머니 가득 웅켜지고는 불편과 힘듦이라고는 일도 모르는 목회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낮아지기를, 가난해지기를 의지적으로 선택하는 목회자들을, 나는 많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분에게서는 가난함이 느껴졌다. 구약의 선지자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애통하는 예레미야와 같은...

성도들은 자신들을 "갱신 공동체"로 부르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갱신일까? 질문을 던져본다. 나의 모교회에서도 긴 싸움을 하신 분들을 보았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을까? 물론 "교회"를 위한 것이라고는 한다. 모두가 "교회"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편에 있는 모습은 각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살펴보게 만든다. 마당 기도회의 분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남게 된 것일까? 한국에서 "강남"이라는 곳은 기득권을 상징하는 곳 아닌가? 그곳에서의 싸움은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결핍을 겪을 때 환대가 진정성을 얻었듯이, 전인격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갱신"이, 요한복음의 "from above(ἄνωθεν)"의 갱신이 일어나기를 두 손모아 바래본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주체가 되시는 "갱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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