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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개학, 그리고 1주일

개학 후 정확히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의 수업을 진행했고, 오늘은 pop quiz까지 냈다. 아이들이 순간 공포에 질려 이거 전체 성적에 몇 %에 해당하냐, 문제 한 개당 몇 점 짜리냐, 난리도 아니었다. 사실 이번 pop quiz의 목적은 assessment에 있기에 grade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건데, 그냥 아이들이 성적 걱정을 많이 하나 싶어 내심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얘들아, 걱정 마. 난 성적에 짠 선생님이 아니란다. 

simplified version의 inductive bible study에 대한 수업을 시작했고, 암송 구절에 대한 설명(단순한 암송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체 문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수업도 했고, 구약이 생소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구약책 성경 순서와 구성(?)에 대한 수업도 진행했다. 본격적인 사사기 수업에 들어가려고 하니, 아이들이 구약은 물론 전체 성경의 grand narrativ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도, 오늘부터는 God's story라는 주제의 수업도 시작했다. 

주 5일 아침 7시 반 수업은 내 삶의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고, 그 변화는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겪고 있는 중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남편은 말없이 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나와 가사와 육아(근데 초등학생 아이들의 경우는 육아라는 말이 아닐 텐데... 졸려.. 무슨 말인지 기억이 안 나...)를 도와주고 (그러다 지금은 아프기까지... 윽... 아플 만큼은 하지 마시오!!!! 그게 더 힘들어!!!!)... 아무튼 현재로서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업을 위해 매일같이 day to day lesson plan을 하고 (미리 미리 준비가 되면 좋겠지만, I had to reinvent the wheel. 교과서는 성경밖에 없는 현실....) power point slide show를 만드는 작업은..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hibernation 중에 있던 나의 teacher's brain을 깨우고 있다. 완전히 lost 된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는 한데... 수업을 준비하고 말씀을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창의적이고 재미난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몸은 쓰러질 만큼 피곤하나)... I feel alive. 

아이들을 만나고, 관계를 build 하는 과정을 통해, anti-social한 성향이 더 짙어져 왔던 나의 필리핀 생활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함을 느낀다. 관계적인 부분에 유난히 boundary를 분명히 하고 선을 넘지도, 남이 넘어오게도 하지 못 하게 했었던 라이프 스타일이었는데, 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한 학생이 남아서 생글생글 웃으면 내게 말을 건다. 드디어 집과 차를 구했다고. 1년간 미국으로 안식년을 갔다가 지지난 주에 다바오로 리턴한 학생이다. 수업 시간마다 함께 나누었던 기도 제목이었는데, 이제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옆 집에 살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귀여웠고, 나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자기도 너무 exciting 하다며 신나 하는 그의 베프들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Wow! this is so worth it!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곳의 나의 친구들도 계속해서 나를 응원을 해준다. Esther, you are doing a great job! Your students will love you. 내 학생들의 학부형이기도 한 친구들의 격려에 더 큰 힘을 얻는다. 이 새로운 여정에 함께 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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