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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갑자기 선생이 된 배경

지난 4 경에 학교 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당시 중학교 성경 수업을 담당하고 있던 선교사 가정이 후원 문제에 부딪혀 급작스러운 철수를 결정하게 되면서, 당장 새 학기부터 중학교 성경 교사 자리가 공석이 된 상황이 된 것이다. 교장과 중학교 lead teacher사이에 미팅이 있었고, 내 이름이 언급이 되었던 모양인데 지난해에 중학교 아이들에게 아주 짧게 히브리어/헬라어에 대해 exposure 기회를 제공하는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의 평이 좋았던  같. (그래 봤자 학생이 4-5명밖에 없었지만ㅎㅎ) 사역적인 진로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기도하던 중에, 당시 묵상하고 있던 말씀(And he said to them, “Therefore every scribe who has been trained for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a master of a house, who brings out of his treasure what is new and what is old.” Matthew 13:52, ESV)을 통해서 정리된 생각들이 있었는데, 모든 것들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느껴졌다. 친한 친구들과 가까운 공동체 안에서 기도 제목 나누고 함께 기도했었고, 그때 모두가 말을 종합해보면,  “the gift is there, and it is up to your willingness and desire”라는 말이었다.

마음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 후에 나는 학교 측에 교사 자리를 승낙하는 답신을 보내게 되었다. 사실 내게는 유배지와 같은( 이야기는 다른 얘기라다음 기회에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눠보도록 하겠다) 필리핀에서의 지난 8년의 시간을 통해 많이 깨어지고 자라고 깊어진 부분들도 있지만, 다른 편에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잃고, 교회와 선교라는 장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한 심각한 자괴감과 더불어, 무기력과 노잼의 삶의 연속이기도 했기에, 이번 결정은 (지난 6-7년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상당히 나답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원래의 나였다면 그냥 처음부터 no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설사 억지로 yes라고 했더라도, 엄청 고민하고 후회하고 anxiety 밤잠 설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yes 많이 다르다는 것을나의 내면의 상태가 확인해 주는 듯하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전혀 anxious하지 않고, 평안하다. 수업 후에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마저 아이들이 첫 수업 시간에 쓴 자기소개서 글들을 읽고는 그들의 순수함과 솔직함으로 다 날려버릴 수 있었다. 상당히 귀여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진지하고 궁금한 것도 많고 진리를 탐구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아침 시간에는 제대로 function인 안 되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 5시 반 6시 사이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사투이다. 아침 7시 반에 내가 그렇게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적과 같은 일이고. 그래도 일어나게 되고, 영어도 왠지 더 잘 나오는 거 같고 (그냥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ㅎㅎㅎ) plus 아이들과 학부형들과 동료 선생들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grace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좀 더 gracious 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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