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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연락이 왔다

한 후원 교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후원 교회로부터의 연락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느닷없이 연락이 오면, 마음이 콩닥 거리기 시작한다. 불안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아... 올 것이 왔구나. 후원을 끊이시려고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원이 끊긴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기에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닐 것 같지만,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 "끊어짐"의 과정을 겪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이겠지. 후원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하시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아름다운 이별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것보다 순간 내 삶이 구차해지는 것 같아 슬플 때도 많았다. 우리가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된다. 갑자기 을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랄까. 한 순간에 지난 십수 년의 시간을 평가받는 느낌이랄까.

교회와 후원자들과의 관계를 참 잘 하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 부부의 성향이나 성격이 부족함이 많고, (핑계라면 핑계지만) 이민자, 특별히 어설픈 나이에 한국을 떠나 중요한 시기를 혼란 속에서 보내버린 1.5세의 여정에 있어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그 안에서 자라 가는 부분에서 늘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모든 1.5세가 다 그런 것은 아닐 테고, 우리의 콘텍스트가 조금 달랐을 수 있는 상황인데...)

선교사로서 낯선 땅에서 살면서 겪는 삶의 어려움 못지 않게,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익숙하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과의 이 롱디의 관계를 vital 하게 유지하는 길인 거 같다.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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