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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요즘 관심사: de-cluttering (3)

이 나라에서 recycling의 개념은 선진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체계적으로 잘 짜인 정책 안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아무거나 아무 봉지에 넣어서 버리면 그냥 그대로 수거해 간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두 번의 고민도 없이 버릴 물건들도 이곳에서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거나, 우까이 우까이라는 secondhand store를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흘러간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일을 할 수 없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인 사역자이자, 싱글맘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여의치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필리핀 정부의 community quarantine의 방침이 좀 tight 하기도 했기에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이번에 물건을 정리하면서 혹시 이 물건들을 팔아서 조금이나마 인컴을 만들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이런 일을 할 때 너무 조심스럽다. 해도 되는건지 안 되는 건지, 안 하니만 못 한 건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물어 볼 수는 있지만, 이곳 문화에서는 솔직한 답을 듣기는 힘든 일이라 (이들의 체면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체면 문화, 다른 아시아 나라의 체면 문화와는 차이가 크다), 사실 속 마음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나름 내가 느끼기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와서 일을 추진하기로 한다. 

정말 열심히 정리했다. 픽업해 가기도 편하도록 아이템별로 나눠 넣고, 담아간 박스도 재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서 넣고. 물건이 많아 지프니를 타고 갈 수 없어서 택시비도 따로 챙겨줬다. 진심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냥 cash를 주는 일이 제일 간편하고 쉽다. 그리고 분명히 그렇게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과 환경,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전에 이런 글을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Good Wills나 주변 thrift store에 쉽사리 물건을 넘길 수 있었는데, 이곳은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게 된다. 왜? 비대면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고, "관계"라는 중요한 이슈가 걸려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난 이런 일이 제일 힘들다. 몰래 갖다 주거나, 다른 사람 통해서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늘 그렇게만 되지 않는다. 최대로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그냥 툭 던지고 도망가듯 사라지는... 난 정말.. 관계를 잘 못 해. ㅡㅡ;; 

어쨌든 난 이번 주 안에 마치고 싶었던 de-cluttering을 어느 정도 완수했다. 아직 몇가지 영역이 남아 있기는 한데, 천천히 해야겠다. 뭐 하나에 꽂히면 많은 에너지를 거기 하나에만 철철 넘치게 부어 다른 일에 구멍이 생기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주에 좀 그랬다. 너무 꽂혔었어. 목표를 완수하겠다는 불타는 의지. 아무도 못 말리지. 

아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de-cluttering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짐이 가벼워지면서 마음도 가벼워졌다. 홀가분하다. 더 많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계속되는 미니멀리즘 챌린지. 아직은 가야 할 길. 뭐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