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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요즘 관심사: de-cluttering (1)

요즘 관심사 중에 하나는 decluttering이다. minimalism에 관심을 갖게 된 지 좀 되었는데, 한창 신나서 열심히 하다가, 한때는 빈 공간들을 보며 다시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 찾아와 잠시 망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서서히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애써왔던 것 같다. 오랫동안 collector의 삶을 살았었는데, 선교사가 되고 보니 그것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었다. transient 한 삶을 살다 보니 내 삶이 달팽이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는데, 소유한 물건이 많을수록 삶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안식년을 떠나기도 쉽지 않았고, 언제 어디서 비자 연장이 안 되고 철수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온다고 생각하면, 많이 쌓아두고 사는 삶은, 생각만 해도 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최근 들어 주변 선교사들이 많이 떠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사역에 여러 가지 제약도 있고, 또 건강의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health system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있는 가정들은 심각하게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도 아직 뭐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 본 것은 없지만,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갑자기 당장 떠나야 하는 일이 닥치면, 난 이곳에서의 10년에 가까운 삶을 수트 케이스 몇 개에 챙겨서 떠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언제든 떠나야 할 때가 오면 떠날 수 있도록 주변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오피스룸을 정리했다. 이 방은 솔직히 남편의 도움 없이는 정리가 불가능하다. 남편의 장비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울 남편은 하자면 같이 해준다(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지만... ㅋㅋ). 사실 시작 자체는 그냥 내 책상 서랍만 정리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하다 보니 일이 커진 케이스. 랜덤한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는 아주 만족할만했다. 

이왕 건드린 거 더 해보자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 프로젝트로는 아이들 장난감을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고, 아이들 재우면서 이제 보내도 될만한 아이템들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consensus 조사를 끝냈다. 아이들 장난감은 수시로 정리하고 카테고리별로 잘 수납되어 있었는데, 잘 놀지 않는 장난감은 이미 높은 곳에 올려둔 상황이었다. 갖고 놀고 싶은 생각이 들면 내려달라고 하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긴 시간 동안 그 장난감들은 찾지 않았었고, 이제는 과감히 let go 하겠다는 물품들이 대거 나왔다. 사실은 sorting 하는 작업이 제일 오래 걸리는데, 이 경우는 아주 수월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두 가지만 팔고 (아주 헐값에), 좀 괜찮은 장난감들은 주변과 나눔을 했다.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 주면 잘 사용할만한 새 주인을 찾는 과정은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그래도 giving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굳이 따지고 들면 티도 안 나는 decluttering인데, 그래도 분명한 것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틔는 작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 해결을 못 보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다 뒤집어야 정리가 된다는 사실. 어느 정도 뒤집어야 할지 바운더리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고,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는 작업은 생각보다 몇 날, 며칠, 몇 주... 몇 달까지도 걸리는 일이라는 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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