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트랜드를 우습게 여기는 삶

선교지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신문물(?)을 접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 아이폰 12가 나왔다고 하던데, 난 아직도 2015년에 구입한 아이폰6s를 쓰고 있고, 요즘 새로 나오는 핸드폰들이 얼마나 좋은 기능이 있는지 알지도 못 한다. 그냥 미국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나도 트렌드를 따라 살려고 애쓰고, 새로이 업그레이드된 폰 모델이 나오면 갖고 싶어 했겠지?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고 최근에 대대적인 de-cluttering을 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device 관련 물품들은 나눔도 불가능하고, 그냥 바로 쓰레기통으로 가는 물품들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내가 갖고 있는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면, 또 그에 맞춰 필요한 액세서리들을 구입하게 되고, 그전까지 사용하던 것들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이 상황이, 누구에게든 아주 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와... 새 모델 나올 때마다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전화기는 이제 엄청 느려졌고 홈버튼도 말을 듣지 않으며 사진을 찍어도 뿌옇게 나오지만, 내 생활을 아주 불편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새것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여전히 사용 가능한 이 기기를 가차 없이 처분하겠지? 내가 소유한 물건들에 대한 애착? 집착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든지 고쳐서 사용할 수 있고, 그래서 수명을 늘릴 수만 있다면, 쉽사리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일이 적어질 텐데... 

풍요가 주는 저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힘든 삶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