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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Distance learning in the Philippines

필리핀에도 온라인 스쿨이 시작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distance learning이라고 해야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online learning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사립학교에 다니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교육을 받고 있기는 하다.

3월부터 본격적인 여름(필리핀의 계절은 두 가지, hot summer와 hottest summer)이 시작되는 이 곳에서는 3월 말이면 여름 방학에 들어가고, 6월 초 즈음 개학을 한다. 하지만, 3월 초부터 lock down에 들어간 올 해는 lock down과 함께 학교도 여름 방학을 앞당겨하게 되었고, 백신 없이는 학교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 그대로 대면 수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해서 개학을 계속 미룰 수는 없어서 10월이 되어서야 학교를 열기는 했는데, 음... 뭐랄까... 엄청난 혼선이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learning으로 전환시키기에는 이곳의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았고 (필리핀은 세계에서 인터넷 안 좋기로 손에 꼽히는 나라고, 툭하면 인터넷이 끊기는 곳이다. 시그널이 약한 지역은 너무도 많고... 아무튼...), 차일피일 미루던 개학을 드디어 하긴 했는데... 에효.. 한 숨부터 나온다.

문제는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집에 인터넷이 깔린 집이 거의 없으며,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위해 device를 구하는 일은 전재산을 팔아서도 불가능한 일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그냥 교육을 받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module 방식인데, 지인에게 듣자 하니, 일주일에 한 번 부모가 학교로 찾아서 일주일치의 과제를 받아오고, 일주일 후에 다시 학교로 가서 그것을 제출하면 선생들이 학점을 매기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module을 받아오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가끔 온라인 자료를 문자를 통해 보내주기는 하는데, 엄마, 아빠, 아이들이 하나의 device를 share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 중에 한 명이 전화기를 갖고 출근을 하면, 선생님이 보내 준 자료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얘기도 들었다.

산지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선생들이 literally 산 넘어 물 건너 module을 전달하기 위해 가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허리 위로 올라오는 물을 거스르며 (bridge가 없어서) 한 손은 프린트물이 젖지 않도록 높이 쳐들고 시내를 건넌다는 얘기도 들었다. 와... 그런데 이거 이렇게 매주 할 수 있을까? 우기철엔 어쩌려고? 물이 불어날텐데, 너무 위험하다.

이 외에도 문제는 너무도 많다. 부모가 illiterate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가 도움을 못 줄 때가 많다는 것, 또 맞벌이 부부일 경우에는 아이들의 교육 관련 전혀 신경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전반적인 academic performance가 급격하게 바닥을 친다는 것, 그리고 부모의 교육열이 낮은 경우는 그냥 노 답, 등등.  

MK 스쿨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 스쿨을 힘들어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너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저들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까?

eu.boell.org/en/2020/10/06/philippines-distance-learning-reveals-digital-divide

 

In the Philippines, distance learning reveals the digital divide | Heinrich Böll Stiftung | Brussels office - European Union

Forced to follow a “no vaccine, no classes” policy, the Philippines has implemented distance-learning programs that exacerbate existing inequalities.

eu.boel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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