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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떠난다 (1)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월 말이었던가. 이곳에서의 우리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realize 한 순간이 있었다. 그 전에도 우리가 얼마나 이곳에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결론은 '지금은 아니다'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 realization. 딱 그거다.

하지만 언제 떠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었는데, long story short, 5월말에 떠나게 되었다. 3개월 동안 철수를 준비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할 수는 있지만 엄청 push 해야 할 것이고, 힘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 온라인 스쿨 하고, 수업 진행하고, 단체 컨퍼런스 준비하면서 철수를 준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엄청난 일을 해내고 말았다. (게다가 코스타까지!!!!)

결정을 하고 3월초 처음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틀 만에 우리 집에 새로 이사 들어올 가정이 정해지고, 그 가정이 우리들의 살림의 많은 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코로나 시국에 새로운 선교사 가정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경우는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 집과 중요 살림을 해결한 후 며칠 뒤에는 우리 차를 구입할 가정이 나타났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떠나는 것이 맞기는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미친듯이 multi-tasking 하며 살았다. 숟가락 하나도 정리해야 하는 치열한 철수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 많은 순간순간을 전부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았다. 이 와중에 코스타 집회 초청도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 몇 번을 고사했다. 그런데, 이것도 long story short, 결국은 하게 되었다. 잘 준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사했었다. 그런데 하게 됐다.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지만, 그래도 만족은 안 된다. 무리하면 더 잘 준비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하게 하지 못했을 것이고, 가족들을 엄청 괴롭혔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하지만, 만족은 안 된다. 그러나 어쩌겠나. 그냥 내 수준과 상태가 거기까지인 것을. 책임없는 말인 것 같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부족함을 채워주실 것을 믿는 수 밖에, 달리 내 멘탈을 위로 방법이 없다.  

4월 말에 있었던 우리 단체의 컨퍼런스를 준비/기획하면서 3-4월은 그냥 매일 야근 모드였다 (실제적인 준비 모임은 지난 10월부터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미팅의 연속일 줄은 준비하는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다. 정작 내 아이들의 온라인 스쿨을 챙겨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순간 밥도 제대로 해 먹지 못할 정도로) 바빴고 힘들었고 잠도 부족했던 나날이었다. 성공리에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지만, 다시 하라면 못 할 일이었다.

4월이 지나면서 바로 gear shift하고 코스타 준비를 해야 했기에 우리에게 이른 철수 준비는 옵션이 아닌 must였다. 4월말 컨퍼런스 전까지 웬만한 철수 준비는 다 마치는 것을 목표로, 엑셀 파일과 구글 캘린더에 스케줄을 정리해가며 일을 추진했다. 주변에서 다들 어떻게 이렇게 부지런히 할 수 있냐고 놀라 하셨지만, 우리가 부지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지막 달을 일에 치여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떠날 날이 5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여유가 이상할 정도로 우린 치열한 3, 4월을 보냈다. 하지만, 너무 분주하게 지내서 그런가? 나의 이 묘한 감정을 제대로 프로세스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좀 걱정이 된다. 이 복잡한 감정은 언제 정리할 수 있을까. 정리가 가능은 할 건가. 10년의 시간인데... 그 긴 시간이 수트 케이스 몇 개로 정리될 수 있을까. 마지막 스퍼트. 내게 있는 모든 것을 pour out 하고 전력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burn out 과는 다르다. 하지만, 미국으로 들어가는 중 한국 방문 길에 해야하는 14일 격리 기간을 기대하는 것은 no joke다. seriously. 난 격리 기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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