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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한국 방문과 격리 5일째.

한국에 도착한 지 벌써 5일째. 그리고 내가 눈 빠지게 기다렸던 14일 격리. Yes, I was looking forward to this. 이 기간이 긴 것 같아도 우리에게는 빠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다른 약속 없이 집에서 급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다. (물론 working mode 스위치가 꺼져서 시동을 거는 게 쉽지는 않은 듯하기도 하지만...) 맛있는 거 먹고, TV 보고, 게임하고, 책 읽고... 이렇게 매일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한편으로 신나 보이기도 한다. 지후가 말하기를, "this quarantine will be like a breeze."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다바오에서 지난 1년간 격리 비슷한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이니, 집에만 있는 것이 새로울 것도 없겠지.

자가 격리 숙소에 음식 재료나 양념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배달해서 먹고 있는 이 상황이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삼시 세 끼를 만들기 위한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시간을 버는 부분도 있다. 물론, 배달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앱으로 무언가를 주문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는 한데, 이것도 잠시니까. 해외 발급 신용 카드를 앱과 연결해 사용할 수 없어서 (그 무시 무시한 "인증"이라는 것이 불가능. 여러 가지 시도했다가 시간만 날리고 그냥 포기)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배달하고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는 상황인데,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돈을 아끼게 되는 부분도 있다. 안 그랬으면 이 편리함에 하루에도 몇 번을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 

우리가 격리를 하고 있는 이 곳은 이미 1년 전에 구호물품 공급이 중단된 곳이라서 친구 선교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첫날 아침 식사도 못 할 뻔했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문 앞에 놓여있는 박스들이라니... 24시간이 넘었던 긴 여행길에 햇반과 (다바오 떠날 때 교회 집사님께서 챙겨주신) 볶음 고추장과 밑반찬들은 정말 최고의 식사였다. 그 후로도 몇 분들이 우리 상황을 아시고 음식도 보내주시고, 간식도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이 시간 자체가 힐링인지 모른다. 물론 첫 며칠인가는 치킨 배달이 3일 연속 있었지만, ㅎㅎㅎ 그것도 복에 겨운 일 아니겠는가. 이런 사랑과 케어를 받는 것을 절대로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수고했다고 토닥토닥해주시는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가 드디어 주문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재미, 빠른 인터넷에 놀라 하면서 편집 작업하는 남편 (일할 맛 나 보인다!), 말만 하면 음식이 문 앞으로 배달 오는 매직을 누리고 있는 아이들, 전화 대화 중에 끊기지 않는 강한 시그널, 몇 년 만에 온수로 해보는 설거지... 참 좋다. 감사하다. 배부르다 (literally. 배가 꺼질 기회가 없다.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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