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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Queen Esther

부모님과 이모, 이모부를 모시고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Sight & Sound Theatre를 다녀왔다. 올해 공연은 Queen Esther였고, 사실 막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Samson과 Noah 이야기는 직접 가서 봤고, Jesus는 팬데믹 중에 무료로 풀린 녹화본으로 본 경험이 있기에,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경의 서사를 풀어가는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솔직히 에스더를 한다고 했을 때 망설여졌다.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어른들 모시고 마실 가는 것이 나쁘지 않을 듯하여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여성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서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고 공연을 봤던 것 같다. 와스디를, 에스더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불안감이 있었다. 

이름마저 생소한 와스디. 술에 잔득 취해 연회로 나오라는 왕의 명령을 거부해서 폐위된 왕후로, 불명예의 아이콘인데, 역시나 이 공연에서도 거칠고 불순종적이고 남편을 우습게 여기는 쎈 여성으로 그려졌다. 과연 그럴까? 내 눈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어떠한 선택권도 없었던 여성으로 보였고, 왕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될지 알았으면서도 소신(?) 있게 행동한 여성 같은데.

에스더는 귀엽고 착하고 연약하지만 순종함으로 큰 일을 이뤄낸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실 에스더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권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고아이면서, 삼촌의 손에 키워진 삶만 생각해 보다 짠하고 딱한데, 의도치 않게 페르시아라는 제국의 왕후라는 자리까지 가게 되고, 민족을 구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짊어진 여성. 그런데 민족을 구원한 방식이 "미모"가 한 몫한... 

순종적이지 않은 쎈 캐릭터와 예쁘고 순종적인 캐릭터. 흠...

story telling의 방식이 참 중요한데, 이 공연의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관점으로 풀어진 것으로 보였다. 캐릭터 building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에스더가 기억되기보다는 페르시아 왕과 모르드개, 그리고 다른 남성 캐릭터들이 더 떠오른다. 다른 여성들은 에스더를 포함해서  streotypical 한 묘사가 많았다. 와스디, 과부였던 에스더의 이웃 아줌마, 에스더의 여종, 왕후 콘테스트에 함께 한 다른 후보들, 하만의 아내 등등 모두가 이 서사의 액세서리 같은 역할이었다.

공연 마지막에는 에스더가 야훼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서 클로징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노래를 하는 중에 뒤에 예수(로브 형식의 흰 옷을 입은 웨이브가 있는 단발머리의 백인 남자)가 등장하고 그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꼼꼼히 읽어보면 에스더서 안에는 하나님이 등장하지 않는다. behind the scene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학을 논할 수 있는 책이다. 이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갔었으면 어땠을까? Sight & Sound에서 하는 모든 스토리 텔링은 그 마지막에 예수를 point 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마치는데, Queen Esther의 작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준비하면서 이것을 딱 끼어 맞추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끄적여 봤는데, 모르겠다. 그냥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있었던 공연이었다. 내년에는 David을 한다는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다윗의 서사를 풀어가려나. 제발 다윗을 영웅으로만 만들지 말아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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