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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Re-entry중입니다. (1)

미국으로 돌아온 지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지, 이제 겨우 두 달 조금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돌아와서 시차 적응이라는 것도 없이 바로 현지 시간으로 생활이 가능했더 우리 네 식구. 태평양을 넘나드는 수많은 여행 중에 이런 적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뭔가를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

  1. 도착해서 시차 적응도 빨리 할겸 바로 이사 모드로 들어갔다. 부모님 댁 지하에서 temporary로 (아니면 무기한?) 살아야 하기에 우리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16년 전 결혼할 때 장만해주신 침대와 침실 가구 등을 옛날 내 방에 그대로 두고 갔었는데, 이번에 지하로 옮겼다. 창고에 15년 넘게 stored 되어 있었던 물건들을 다시 다 열어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기부할 것은 기부하고 다시 사용할 물건들은 물건대로 정리했다. 생각보다 뭐가 많다. 특히 책. 너무 많아. 일부 정리해서 안 읽을 것들은 public library에 기부하려고 한다 (아직 못 함).
  2. 침대와 화장대 외 다른 가구는 없었기에 IKEA를 자주 들락거려야 했다. 다행히 엄마가 소파나 책상 대용으로 사용할 다이닝 테이블을 어디서 얻어두셨는데, 그걸 제외하고는 아이들 침대도 없고, 책상도 없고, 의자도 없고, 수많은 책들을 꽂을 책장도 없고, 있는 거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상황. 에고... 이거 진짜 보통 일이 아니다. 뭘 얼마나 꾸리고 살아야 할지 모르기에 매번 구매 결정이 힘든다. 재정도 고려해야 하고.
  3. 이 와중에 미주 코스타 집회 팔로업 모임을 인도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요한계시록 성경 공부 그룹을 인도하게 되었는데, 일 주일에 두 번, 한번 모일 때마다 3시간씩 하는 성경 공부였다. 3시간 모임을 위한 준비 시간은 actual meeting 시간보다 길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그냥 툭치면 뭐든 술술 나오는 그런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7월 6일 화요일 오전에 미국에 도착했는데, 8일부터 6주간 이 모임들을 인도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 모임이 없었으면 re-entry가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뭐랄까. 말씀이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4.  미국에 도착한 지 2주 반이 지났을 때는 플로리다 올란도로 온 가족이 미팅 참석차 여행을 해야 했다. 우리 선교 단체에서 안식년으로 들어오는 멤버들을 돕기 위한 re-entry program을 진행하는데, 그 모임 참석을 위한 여행이었다. 다시 한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기는 했지만, 다바오에서부터 한국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기까지 모두 4번의 코로나 테스트를 받은 경력이 있기에, 다섯 번째는 그냥 캐주얼하게 받았다. 이젠 아이들도 그러려니 한다. 
    • 올란도에 도착한 첫날 맛있는 American-Chinese 음식을 to-go 해서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냐!) 신나게 먹고는 다음 날은 동생이 조카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 레고랜드에 갔다. 선교지 살면서 amusement park를 가본 적이 없는 우리 애들은 ride 타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water park는 정말 좋아했다. 코로나 때문에 신경 쓸 것도 많고, 이래도 되나 조심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막 편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오래간만에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 단체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너무 빡시지(?) 않고 릴렉싱 했다. 아이들을 위해 별도로 준비된 MK 프로그램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낯가림이 심한 우리 아이들이 아침도 대강 먹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갈 정도로 좋았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모두가 MK라는 점에서 공유되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  올란도에 가서도 코스타 팔로업 성경 공부 모임은 계속됐다. 낮에는 프로그램 참석하고, 저녁엔 성경 공부하고. 한주 휴강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모멘텀을 잃지 않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하길 잘한 것 같다.
    • 올란도에 사는 11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었고, 다바오에서 안식년으로 미국으로 들어온 친구 가정이 마침 우리와 같은 시기에 올란도에서 열리는 미팅에 참석해야 해서 그들과의 반가운 상봉도 있었다.
    • 단체에서 마련해 준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면서도 힘들었다. 당연히 이민자 출신 미주 한인에서 딱 맞는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참석했었다. 우리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미국 멤버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어느 정도 너그러이 이해하기로 했다. 
    • 사실 프로그램 후에 다른 일을 엑스트라로 하는 경우는 없는데, 이번에는 trauma healing 그룹도 조인하고, career guidance도 받기로 했다. 의미 있는 안식년을 보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5. 올란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아이들 학교 진학 문제에 대해 action을 취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디로 보내야 할지 결정을 못 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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