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Re-entry중입니다. (3)

  1. 다바오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본국으로 철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그때 자기가 나고 자란, 아직도 그녀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네바다 주의 어떤 지역으로 돌아갔었다. 그게 2017년이었던가? 
  2. 최근에 그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내가 미국으로 돌아와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짧게 나눈 소식지를 읽고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홈타운으로 돌아와 스스로가 더 이상 "외국인(foreigner)"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몇 년이 흘렀다고 했다. 백인 미국인 친구가 그런 말을 나눠주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큰 격려가 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이 아주 비정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3. 선교사가 본국으로 돌아와 겪는 재정착 중에 겪는 혼란과 disorientation의 과정이 무엇인지 name을 붙이기가 쉽지가 않다. counter cultural shock이라는 표현도 쓰지만, 나의 경우는 단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이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불안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4. 몇 달의 시간이 흘러, 난 내가 통과하고 있는 이 시간이 내 자아를 찾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재정착 사이에 무슨 연관성이 있길래. 멀쩡하게 잘 지내던 내 자아가 태평양을 건너왔더니 없어진 것도 아닌데, 왜 난 또다시 내 자아에 대해서 고민하는가? 이민을 왔을 때도, 미국에서 이민자로 또 1.5세로 살아가면서도, 수년만에 모국을 방문했을 때도, 사역지로 갔을 때도, 사역지에서 돌아왔을 때도... 계속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이상하지 않나?
  5. 지난 시간을 한 번에 다 정리할 수는 없고, 지금의 현상만을 생각해보면 대강 이런 거 같다. 사역지를 떠나오면서 내가 하는 일들이 중단되고, 그곳에서 나누던 관계들 사이에 physically 거리가 생기면서, 지금 있는 이곳에서의 나는 마치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나에게 엄청난 혼돈을 준다는 사실.
  6. 그렇다면 나의 정체성은 내가 하는 일에 based 된 것인가? relationship들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내가 꾸준히 regularly 해 왔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 엄청난 상실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계는 요즘은 그래도 카톡도 하고, SNS도 있어서 어떻게든 연결은 되어 있는 느낌은 주는데 말이다.)
  7. 너의 doing보다 being이 중요하다고 들었고, 나도 어디 가서 그렇게 많이 말했는데, 사람이 과연 doing에서 완전히 자유한 존재일까? being과 doing이 절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요즘 내가 내린 결론이라면 결론이다. 진정한 doing은 being에서 흘러나온다. 
  8. 뭐냐... 글을 쓰다 보니 방향이 희한하게 흘렀네. 끝을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 이걸 쓰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ㅎㅎㅎㅎ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애들이 자꾸 말을 걸어서 급마무리. 

 

'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와의 뉴욕 여행  (0) 2022.01.11
2022년 첫날 매일성경  (0) 2022.01.02
자발적 가난  (0) 2021.12.10
Re-entry중입니다. (2)  (0) 2021.12.10
1.5세 선교사  (0) 202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