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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친구와의 뉴욕 여행

베프와 2박 3일로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둘 다 엄마가 되기 전에 함께 했던 여행이 마지막이었으니 이번 여행은 볼티모어 1박 여행 이후로 14-5년 만의 만끽하는 엄청나고도 대단한 사건이었다.

대학생 시절 주중 캠퍼스 기도 모임에 참석했던 우리. 둘 다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이민자 1.5세였던 나와 조기 유학생이었던 친구는 좀처럼 공통분모가 없었던지 삶의 방식이 많이 다르다고만 생각하고 막상 친해질 기회가 없었었는데, 그 기도 모임에서 그 친구는 신앙 안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고 싶은 기도 제목을 나눴고, 나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고 하자, 모임을 인도하던 언니가 "그럼 둘이 친구 하면 되겠네"하며 셋이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친구가 된 우리. 기도로 만난 친구로 그렇게 지내온 시간이 23년은 더 지난 거 같다.

친구가 한국에서 결혼식을 할 때도 가난한 신학생이었던 난, 비행기표 구입할 비용이 없어서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을 하면 후회가 될 때가 있다. 카드 빚이라도 내서 갈걸 그랬다는 생각에.

친구는 나보다 먼저 결혼을 했고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의 일부를 나의 신학생 시절 장학금으로 주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난 늘 받기만 한 것 같다.)

친구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도 산후조리 돕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나중에 눈치 보다 가지 못 했고, 지금도 그것은 미안한 일로 남아있다. 주저하다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 내가 은근히 그렇다. 생각은 많은데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에 안식년으로 본국으로 돌아와 좀 어려운 초기 정착 시간을 보냈지만 그 시간을 어느 정도 통과한 후에 하고 싶었던 일은 친구와 단 둘이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직장맘인 친구가 바쁠 것 같아 말을 못 꺼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연락을 해와서 오래간만에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맘이 통했다.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초현실적이고 꿈만 같았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 덕에 편한 여행길이기도 했다. 친구가 추천한 곳에 가서 구경하고, 먹고, 자고, 했다. 오고 가는 4x2시간 버스 여행길 동안에는 그동안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과 알지 못했던 가정사, 인생사에 대해서 많이 나누었다. 신앙적 고민에 대해서도 많이 나누었다. 내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가 많지도 않지만, 그중에 깊은 신앙적 대화를 나눌 친구는 얼마나 되겠는가. 특별한 필터 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중년의 나이에 12월 매서운 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뉴욕시를 누비며 깔깔거리며 다닌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2박 3일은 알차면서도 짧았다. 전화기 앱을 보며 지도를 확인하고, 우버 택시를 부를 때, 노안으로 글씨가 안 보여 둘이 한창을 서로서로 전화기를 주고받고 하며 "이거 맞아? 여기 맞아? 이쪽인가? 저쪽인가" 하던 순간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앱 작동 방식을 이해 못 해서 결재에 어려움을 겪던 일까지... 그래, 우리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구나.

매년 연말이 되면 자녀들과 함께 goody bags를 만들어서 디씨에 나가 homeless들을 찾아다니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친구, 연봉은 많지 않지만 human trafficking 관련해서 사람들을 rescue 하는 NGO 단체에서 일하는 친구, 또 교회의 사회 참여와 social justice에 많은 과심을 보이는 친구를 보면, 난 그냥 선교사라는 타이틀만 걸고 사는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하다.

"나 친구 없다. 외롭다. 빨리 와!" 사역지로 가끔 연락해서 소식 전해주고 이렇게 말하던 친구를 이제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거리에 두고 살게 되었다. (물론 이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지는 모르지만) 볼 수 있을 때 원 없이 봐야지.

그 유명한 쇼핑의 거리 5th Avenue에서도 쇼핑에는 일도 관심 없던 우리가 뉴욕에서 한 유일한 쇼핑은 reading glasses. 가격 비교는커녕, 두 번 고민도 안 하고 바로 구입한 물품이다. 그래, 중년의 쇼핑은 이런 거였어. ㅎㅎㅎ

다음에는 꼭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자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집으로, 우리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은근히 아쉽기도 하더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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