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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Sourdough Bread & I

Baked mini sourdough (only 300g of bread flour used). No knead (not intended, I just forgot about it). Easy method. Therapeutic.
 

팬데믹 기간에 사역지에서의 장기적인 락다운이 지속되는 동안, 밤낮으로 계속되는 사역과 티칭으로 오히려 락다운이 없을 때보다 더 분주하고 바쁜 삶을 살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이 단지 우리 집뿐이라는 이유만으로 천연발효종 만들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과정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천연발효종은 2주 가까이 pet을 키우듯 먹이고 버리고 care 해야 하는 반복적인 일이 필요하다. 스케줄이 나름 routined 되어 있어야 하고 바깥 활동이 많으면 이 스케줄을 keep up 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좀 편해지는데 처음엔 좀 그렇다.) 그래서 집에만 갇혀 있는 상황이 천연발효종 키우기에는 좋다는 말씀.

tropical 지역이 주는 기후적인 특성과 더불어 원하는 종류의 밀가루를 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10년 사역지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무엇인가. 없던 창의력도 마구마구 끌어내는 삶 아니던가. trial and error를 수없이 겪으면서 열대기후에서도 sourdough starter를 지속적으로 alive 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후에는 정말 많은 빵을 구웠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천연발효종을 만드는데 10일이 걸리고, 빵을 굽기 위해, 이 아이(=스타터)를 active하게 만드는데 반나절이 걸리고, 물과 starter와 밀가루와 소금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빵이 충분히 발효할 수 있도록 쉼을 허락하는데 하루가 걸린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밤사이 반죽이 안녕하였나 확인하는 일은 언제나 기대감 넘치는 순간이고, 그 오랜 기다림의 결과물은 그날의 오븐 상태에 달려 있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전기로 operate되는 오븐과는 달리, 온도 조절이 전혀 안 되는 오븐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원하는 온도가 되기까지 한시간이 넘게 기다리며 제발 제발 화씨 450도만 넘어주라... 땀을 뻘뻘 흘리며 오븐 앞에 서서 온도계를 바라보며 간절히 바랬던 시간들. 그덕에 부엌은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더 뜨거워지고. ㅎㅎㅎㅎ 
 
원하는 온도에 가깝게 도달했을 때, 오븐 안에서 한시간 넘게 달궈진 주물 냄비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그 안에 예쁘게 shaped & scroed(baker의 signature)된 반죽을 살포시 담고는 급하게 뚜껑을 덮는다. 단하나의 moist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그렇게 뚜껑 덮고 30분, 뚜껑 열고 20분 동안 반죽을 구우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사워도우 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워도우 베이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rack 위에서 미니멈 한시간 동안 빵을 식히는 과정도 baking 과정의 일부이기에, 마지막까지 내게 있는 모든 인내를 끌여올려 기다린다. 빵이 식기를. 그 전에 칼을 대면, 그 빵은 주저 앉고 만다.
 
갖구워(식힌) 빵을 가족에게 선보이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reaction을 기대한다. (물론, 맛이 없어도 맛이 없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될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이렇게 힘들게 보이는 과정이 왜 좋았을까. 너무도 분주한 삶 가운데 오로지 빵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 상황이, 나를 미친 듯이 바쁘게 몰아가는 일들에서 forced 손을 뗄 수 있는 핑계를 주어서일까. 그래서 나에게 빵 굽기는 therapeutic 한 시간이었다. 정작 난 밀가루 소화를 잘 못 시키는 사람이고 내가 만든 빵을 실컷 먹지도 못 하지만, 빵을 만들기까지 그 세심한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좋았다.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봤다. 오랜 시간 내가 원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내 노력과 시간을 들인 결과로 어떤 tangible한 product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빵 한 조가리 먹는데 그런 정성까지 드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익숙해지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처음에 익숙해지기까지가 좀 힘들지.) 그런데 사워도우 빵을 굽는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이 빵을 선물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힘을 얻더라는 것 (예를 들어, 독일에서 온 젊은 부부 선교사에게 선물했을 때, 마치 독일에서 먹던 빵 같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봤을 때. 와, 유럽인도 인정한 내 빵이라니! 감격 그 자체!).
 
이 빵을 미국 와서 한동안 만들지 못했다. 내 부엌이 아니라서 장비도 갖춰지지 않았었고, 재정착으로 분주해서 마음의 여유도 없었었다. 다바오에서 만들었던 starter를 air dry 해서 갖고 왔기 때문에, 물만 부어서 밀가루 밥을 주면 금방 살려낼 일이었지만, 한동안 만들 수 없었다. 그 세심한 과정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없었던 것이다. 안식년의 첫 5개월을 그렇게 보낸 거 같다. 이유 없이 꺼져 들어가는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으면 그냥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잡생각을 날리며.
 
어느 시점이 되어 (조금 힘을 얻은 것 같은 모먼트가 있었음) 쉼의 시간을 마감하고 사역과 모든 일을 재개하면서 떠오른 일이 sourdough 빵 굽기라니... 묘하지 않나. 영양분이 많이 섞여 있는 이곳 밀가루는 정말 빨리 active 해지고, desired temperature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이곳의 오븐은 나의 빵 굽기 과정을 another level로 올려주었다. '와... 이게 이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어?' 할 정도로 말이다. 반죽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놀라운 편리성, convenience. ㅎㅎ 
 
이 글을 쓰면서도 지금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싶다. 특별한 agenda는 없다. 그냥 내 인생이 이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다양하고 다른 환경 가운데, 원래는 이래 저래야 한다고... 레시피는 말하지만, 난 그런 환경은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곳에 살아왔고, 정성을 들여서 일을 시작했어도 뭐 하나 삐끗하면 전부 망해서 다시 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잘 해오다가 마지막에 너무 일찍 건드려 다 망해버리기도 하고 말이다. 이 빵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엄청난 정성을 들여 만든 빵인데 그냥 동네 빵집에서 산 빵인 줄 알거나, 아니면 그냥 맛이 시큼한 이상한 빵인 줄 알거나, 쉽게 뚝딱 만들어 낸 빵인 줄 알기도 하고...
 
그 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극히 소수라 늘 외로운 loner 같은 빵, 아니 나. 이제 겨우 starter 만드는 일이 끝날 것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 반죽이 완성된 것일까. 혹시 bulk fermentation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으려나... 난 어디 즈음 와 있을까. 오븐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나? 사워도우 빵굽기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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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더 많은 빵을 만들고 싶은데 가족들이 그만 만들라고 할 때가 슬프다. 미국에 오니 다른 먹거리 너무 많아진 관계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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