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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Sight & Sound - David

[누가 내 글을 볼 것 같지도 않지만, 스포일러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시길!]

동부를 떠나 남부로 이사 가기 전에 부모님과 이모네를 모시고 Lancaster, PA에 위치한 Sight & Sound 극장에 다녀왔다. 올해는 "David"를 공연하는데, 마침 매일 성경 묵상 본문이 사무엘상이기도 해서, 아이들이 이 뮤지컬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는 공연 내용이었다. 감동이 넘쳐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어떤 표현들은 우리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지 않고 너무 떠먹여 준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이 제한 없이 아주 어린이부터 모든 연령층이 관람하는 쇼라는 생각을 하면, 또 다르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윗을 너무 영웅으로 표현하지 않기를 기대했었고, 무엇보다 다윗의 서사 안에서 미갈이나 밧세바가 어떻게 treat 될 것인지가 나름 걱정이 되었었다. 성경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과 그것을 해석해내는 독자/청자들의 관점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가 궁금한 지점이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나단 선지자가 다윗의 악을 지적하러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러 다윗을 찾아온 장면에서 밧세바를 스쳐 지나가게 되는데, 거기서 멈춰 서서 아기를 안고 있던 그녀에게 여호와께서 당신을 treasure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그 장면이 그나마 위로가 되는 지점이었다. 더 worst를 expect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대사를 더 appreciate 할 수 있었다.

한 나라의 모든 권력의 중심에 있는 한 남자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한 여인의 삶을 생각해 보라. 그녀는 유대인도 아닌 Hittite 출신의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이었다. 고대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주는 삶의 무게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 남자와 사는 여인의 삶에 어떠한 힘이 존재했을까. 나단 선지자가 다윗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용된 비유의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야는 가난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그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비유이다. 이제 다윗의 죄악으로 밧세바와 다윗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죽음을 면치 못 하게 될 상황에서, 밧세바가 겪을 마음의 아픔은 아이를 잃어본 엄마라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짧은 대사가 고마웠다.

또 다른 부분은, 다윗은 처음 scene에서부터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는데, 지난해 관람했던 "에스더"와 비교하자면 그 점에서 차이가 컸다. 에스더의 서사에서는 제목만 에스더이고 스토리를 끌어가는 사람들은 주로 남성들이다. (참고로 "에스더"에서 에스라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다윗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지 물어봤는데, 큰 아이는 무대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언급을 했고, 작은 아이는 맘에 들었던 노래를 언급했다. 같은 것을 봐도 두 아이의 관심과 관점이 이렇게나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