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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지극히 개인적인 2022 코스타 후기 (1)

정말 할 말이 많은 이번 코스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준비 기간 동안 실제로 일도 많았고 극기 훈련에 가까운 일정들을 소화해야 했다. 코스타에 대한 특별한 마음과 기억들로 쉽사리 "No!"를 하지 못 했던 아내 덕분에 고생은 남편의 몫이었지만, 늘 그렇듯이 묵묵히 내 뒷감당을 해준다. 남편, 약속한 대로 신학책 다 팔아서 용돈 줄게. ㅋㅋㅋ
올해 코스타의 주제가 정해진 때(burn out에서 서서히 회복이 되고 세상으로 다시 나오려던 즈음인듯)로부터 성경에 등장하는 feast에 대한 주제 공부를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버하다시피 주제를 파는 나. 그냥 어쩔 수 없다. That's who I am. 아는 것이 없으니 공부를 해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dissertation과 article을 찾아 읽고, 성경을 뒤적이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때마다 혼자 신나 하고. ㅋㅋ 연초에 간사님들과 함께 올해 코스타 주제 성경 공부를 위한 북클럽을 인도하게 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주제에 대한 정리를 했고, 그 북클럽을 토대로 2주 후에 시작하는 코스타 팔로업 준비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코스타 톡을 하면서 참석자들을 미리 만나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내 이야기도 조금씩 나누면서 코스타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 와중에 남편은 옆에서 홀로 외로이 이삿짐을 싸게 되었고... 내 줌 화면 뒤에는 작은 책장과 아담한 화분이 보였지만, 내 컴퓨터 모니터 뒤에는 이삿짐 박스들도 가득했었다. 실제로 줌 미팅을 하는 동안 남편이 음소거 모드로 계속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는 사실. 아내가 하는 미팅에 방해될까 봐 이삿짐 boxing도 조용히 하면서… 민동식Andy Min님이 아니었으면 난 선교사로 살기에 무지 힘들었을 거다. ㅎㅎㅎ
전제 집회 경험도 있고, 세미나도 해봤었는데, 내게 제일 재미났던 기억은 이번에 처음으로 조인한 LGS(Learning God's Story)였다. 소그룹의 성경 공부 인도 경험은 있지만, 40명 가까이 되는 제법 큰 사이즈의 그룹과 성경 공부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뭔가 어색하고 어리바리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함께 말씀을 읽고 그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와 씨름하는 공동체적인 노력의 시간은 참으로 값지다. 답을 다 찾지 못한다 해도 안전한 공간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유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LGS 두 번째 날 아침에 열왕기상의 사르밧 과부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이방인 과부로서 이스라엘의 예언자에게 보여준 radical hospitality는 사회의 밑바닥, 경계에 살았던 소수 약자였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었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 베푼 환대이기에 한번 다뤄보고 싶었다. 마지막 activity로 사르밧 과부의 입장에서 기도문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구도자의 입장에서, 아니면 하나님을 경험한 후의 관점에서든 편한 대로 써보자고 했다. 참석자 몇 분이 그룹과 함께 자신이 적은 기도문을 나눴었는데, 그때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다른 이의 삶의 자리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기록했던 기도문인데,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과 신을 향한 간절한 부르짖음이 담겨 있었다.
더 많은 고민을 안게 된 코스타였다. 금요일 아침에 위튼을 떠나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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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라고 쓰지만, 다음 주 달라스로 이동이라 계속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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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하는 내내 내 전화기로 사진 한 장을 안 찍었네. 이것도 내 성향이니 어쩔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