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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더디 간다 해도

오늘 아침 팀 미팅 후 personal reflection:

나이지리아 소수 언어 그룹의 신약 성경 번역 프로젝트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동료의 보고가 있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8년 만의 일이다. 같은 언어그룹을 묶어 번역 작업을 함께 launch 하고 성경 해석의 자료를 함께 나누는 cluster projects와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번역 프로젝트가 speed up 된 결과, 18년 만에 드디어 마무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보고. 동료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와, 18년밖에 안 걸렸네"라며 웃는다. 성경 전체도 아니고 신약만인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구글 번역기가 성경을 완벽하게(?) 번역할 수 있게 된다고 치자. 그래서 우리 단체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어지면? 그거면 된 것일까? 말씀의 능력은 어떻게 나타나고 경험되는 것일까? 성경"책"이라는 프린트물이 완성되면 되는 것일까? 말씀을 읽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깊이는 얼마나 될까? 성경 교사를 통해서, 또 믿음의 공동체를 통해서 배우고 깨닫게 되는 과정은?

팀 미팅 시간인데 이런 질문들로 생각의 rabbit trail을 하면서, 21세기에 성경 번역 사역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더 많은 질문만 갖게 되었다.

번역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굿뉴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 번역 프로젝트가 빨리 끝났다고 해서 선교 사역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성경"책"의 완성이 사역의 final goal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 번역이라는 그 긴 시간과 과정은, 나의 targeted audience들이 종이에 기록된 말씀을 접하기 전, 번역가의 삶으로 말씀을 번역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성경 번역 사역은 절대적으로 충분히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읽히지 않는 번역된 성경"책"이 창고에 쌓여 있는 모습은 선교 현장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우리도 집에 몇 권의 성경책이 있는데, 읽지 않고 있지 않은가!) 번역의 과정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국인이 우리 동네에 이민(?) 와서 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외국의 자본을 들여와 우리 마을의 언어로 어떤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오랫동안 하더니만, 그 일이 끝나자 그 이야기책을 수백 권 프린트해서 갖고 와서는 "이제 내가 이 어려운 일을 끝냈으니, 너희들은 이것을 꼭 읽어야만 한다"라고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성경 번역 사역뿐만 아니라, 선교와 전도가,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 또 이 세상을 향한 우리의 태도가 이러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의 관점으로, 우리에게 편한 방식으로, 효율성만을 따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자녀를 키우면서 더 확실히 느낀 것인데) 효율성을 포기하고, 그리 대단하지 않게 보이는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반복하며, 오히려 번거롭고 어렵고 더디 걸리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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