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힘들게 준비했던 설교를 마치며

수개월을 준비했던 설교의 delivery를 마쳤다. 여전히 편치 않은 자리이지만 교회 내 젊은 여성 교사들을 생각하며 준비했던 내용인 만큼 묵상하고 연구한 것을 꾸역꾸역 담아 넣고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티는 안 났다고 하지만 설교 중 개인적으로 내적 struggle이 많았던 순간들이 있었고, 끝나서 후련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탁월한 말솜씨로 좀 더 재미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나는 또 나대로의 방식으로 해야 가장 나다운 것일 테니까.

설교를 마치고 목사님이 나와 기도 인도를 하는 시간에 마음이 불편했다. 평상시보다 두 배는 길었던 코멘트. 기대했던 내용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또 무엇보다 성도들을 생각하고 나름의 부가 설명을 함으로써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내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컸다. 다른 남성 목회자가 앞에서 설교했었다면 과연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거다. 사실 난 어떤 집회에서 다른 여성 설교자의 설교 후에 올라온 목사가 그 전 설교를 다 뒤집어엎는 방식으로 기도 모임을 인도한 것을 목격한 적이 있고, 그것이 불편해서 집회 장소를 뛰쳐나갔던 경험도 있었던 터라, 그래서 더 불안했어나보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걸 notice한 극소수가 나에게 괜찮냐며 물어봐 준 것이 고마울 정도인 것을 봐서는 조크로 아픔을 승화시켜 웃어넘겼지만, 표현한 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 분명하다. 남성으로 대표되는 교회 강단(?) 문화에서 그들은 느끼거나 알 수도 없는 회색 지대. 여성 설교자의 능력을 fully trust 한다면, 그것에 따르는 존중이 필요한데, 난 그 부분까지 나아간 남성 목회자는 잘 본 적이 없다.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나의 stance와 여성 성경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크게 타격 입지 않으면서 덤덤하고도 묵묵히 이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과연 이것이 의미 있는 저항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으니.... 그렇다고 이런 일로 피투성이가 될 만큼 싸우고 싶지도 않고.... 인생에는 이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많으니 말이다.

물론 마음 따뜻해지는 응원을 보내주시며 부족한 설교를 잘 들어준 성도들도 많이 계셨고, 특별히 청년부 친구들에게 좋은 피드백도 받았으니 뿌듯하고도 감사한 일도 많다. 한 부분 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것!

어찌되었든 지금은 지난 5개월간 나의 열심을 총동원해 준비했던 이 말씀을 이렇게 한 단락 마무리 짓는다.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다듬고 쓸만한 자료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적어도 이 본문에 대한 나의 stance는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여긴다. Plus, 이 본문 관련해서 지난 5개월간 내 이야기를 들어준 남편에게 감사! 이게 다 뭔소리인가 했을텐데. ㅋㅋㅋ

'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말 (창 38장)  (1) 2024.10.01
The Making of Biblical Womanhood / 처치 걸  (0) 2024.03.13
요한계시록에 가면  (0) 2024.02.02
요나서 3장  (0) 2023.11.14
요한복음 20장 내용 정리  (0)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