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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빌립보서 성경 공부 (2)

Sep 18, 2015

성경 공부를 준비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난여름 10주간 모였던 요한복음 성경 공부는 굉장히 intensive 한 공부였는데, 지금 새로이 시작하는 성경 공부는 모임의 성격상 그런 형식의 공부는 불가능했다. 우선 나를 포함해서 구성원 대부분의 mother tongue이 영어가 아니고 분주한 엄마들의 삶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모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 준비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나와 말씀 안에서 쉼을 누리는 그런 모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내가 준비를 하기는 하지만 나도 over(?) 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그런 준비.

그러려면 성경 공부 교재가 필요한데 (내가 매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 아… 이 지역에서 괜찮은 성경 공부 material을 구하기에는 뭔가 limitation이 많았다. online에서도 알아봤는데 대부분의 잘 알려진 성경 공부 교재의 context는 지극히 서양적, 또는 미국적인 context였다. 우리랑 맞지 않았다. 아… 고민, 고민. 우리 상황에 맞는 교재여야 하는데…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affordable 한 교재여야 한다는 것.

결국 인도 친구와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보고 리서치를 하다가 로컬에서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성경 공부 교재를 사용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topical 성경 공부보다는 성경 낱권이라도 한 권 전체를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난 연말에 안식년으로 이곳을 떠난다.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4개월. 그 기간 안에 마칠 수 있는 본문이어야 했다.

이렇게 옵션을 좁혀 나가다보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빌립보서 or 히브리서.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히브리서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구약에 대한 이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구약 전공이라 말하기 부끄럽다) 우선 미루고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빌립보서를 함께 공부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짝짝짝!!!

솔직히 바울서신서 성경 공부를 인도한 경우가 별로 없다. 새로운 영역이다. 걱정이 된다. 아는 게 많이 없어서.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그래야 하는 것 같다. 말씀 안에서 함께 세워져 가려면 그래야 하는 것 같다. 안 그러면 별것도 없으면서 내가 잘난 줄 착각할 것이 분명함으로.

늘 성경 공부 교재 없이 성경책만 가지고 성경 공부를 인도해왔었는데 교재를 사용하려니 새롭기도 하면서도 좀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삼천포로 빠지지 않기에는 좋은 tool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어가 second language인 모든 구성원들에게 눈으로 보고 follow 할 수 있는 guideline은 정말 필요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경 공부 시간을 좋아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늘 그래왔다. 잘 알고 싶었고 많이 알고 싶었고 무엇보다 하나씩 하나씩 깨달아 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러 나의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신학교에서 말씀에 대한 공부를 하며 보내게 된 것도 내 어린 시절의 관심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M.Div 과정을 할 때 히브리어를 가르쳐 주신 John Sailhamer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다. 보통 구약 개요나 강해 수업을 들으면 성경의 역사적인 배경 공부에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이 분은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 가르쳐 주신 적이 없다. 오로지 text 그 자체만을 가지고 씨름하게 하셨다. 주어진 본문과 씨름하고 intertextuality를 놓고 씨름하고. 그리고 이런 경험은 나에게 말씀을 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과 안목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번 성경 공부가 그런 관점과 안목을 더 탄탄하게 해주는 시간들이 될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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