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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알고보면 문학 전공자

Apr 22, 2016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

나는 알고 보면 문학 전공자이다. 정식 명칭은 Classical literature and languages라는 타이틀의 학부 major를 했다. 짧게는 Classics 전공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내가 클래식 전공을 했다고 하면 무슨 음악 공부를 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나와 같은 전공을 한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이렇게 인지도도, 인기도 없는 전공을 왜 택했을까? 전공 바꿀 때 심하게 고민한 적도 없이 아주 심플하게 생각하고 결정했었던 기억이 있다. 라틴어, 헬라어 배우니까 재미있다. 전공 바꾸자. 뭐 이런 생각만 했던 거 같다. 내 베프는 날 보고 장난 삼아 queen of the nerds라고 불렀지만 난 그게 좋았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0학년때 미국 와서 영어도 완전히 배우지 못 한 상황에서 대학을 가고 힘들게 공부했는데… 내가 영어를 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재미나게 문학과 고전 언어를 배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내 전공은 기본적으로 고전 언어(라틴어, 헬라어) 공부를 요구하고, 기본적인 언어가 될 때 고전 언어로 된 문학들을 원어로 읽어 내야 했다. 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 나는 내용들이지만 Plato, Sophocles 이런 사람들의 글을 머리 깨지게 translate 하고 그들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 상황과 문화를 연구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당시 나의 영어 실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후졌었기 때문에 깊이 있는 토론은 하지 못 했다.

요즘 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비밀독서단”이라는 정말 인기 없는 프로그램인데, 시즌 1을 아주 재미있게 봤고, 최근 다시 시작한 시즌 2를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시즌 1이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왜 난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프로그램이 자주 나누는 토론 주제 중의 하나가 문학을 통한 시대 읽기라는 것이다. (물론 늘 그런 주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예능의 요소가 빠지면 안 되니까. 가끔 좀 안 했으면 하는 것을 할 때도 있는 것은 사실) 여하튼 문학을 통한 시대 읽기, 문화 이해 하기. 이거 재미있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art history를 좋아하는 것도 다 비슷한 이유에서 인 것 같다.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성경 말씀을 대할 때도 이런 approach를 사용하는 것 같다. 물론 성경은 literature 그 이상의 것이지만, 말씀을 볼 때 원어로 읽고 translate을 하고 일차 독자들을 향한 원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주시는 의미를 찾고.

하나님께서 한 사람에게 주신 무엇인가를 얼마나 잘 자라게 하시고 확장시키시고 변화시키시고 사용하시는지… 그런 연결 고리들을 생각해 본다.

“비밀 독서단 시즌2”를 보다가 막 떠오른 생각들을 오늘도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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