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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서부의 밤

Jul 18, 2016

서서히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정확히는 샌프란시스코는 아니고 더블린이라는 동네다. 동생 집에서 머물다가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동생이 본의 아니게 homeless(?)가 된 상황이라 덕분에 근사한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 우리 때문에 주머니 턴 동생. 미안하고, 고맙다.

지난 월요일 아침 동부를 떠나 서부로 이동했다. 하룻밤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자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동생의 차를 빌려 우리 네 식구가 엘에이까지 내려갔다. 가는 길에 차에 기름이 떨어지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고생을 정말이지 직싸게 하면서 갔다. 5번 도로의 주유소는 정말 30–40마일에 하나씩 나온다. 그리고 exit 하나를 놓쳐버리면 돌아갈 길도 없다. 그날 남편이 정말 미웠다. 제발 나의 생명을 단축시키지 마시라. 나의 인내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너무나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못 하는 남편의 성격을 어쩌하리… 엘에이 도착해서 시원한 대구 매운탕을 먹으며 뒤집어진 속을 해장(?)했다. 아니, 그보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후배와의 저녁 식사와 후식 타임 덕분에 제대로 힐링이 되었다. 역시 사람은 사람으로 힐링을… ㅋㅋㅋ

후원 교회 목장의 목자님 댁에서 함께 머물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침 한국을 방문하신 다른 교인분께서 집을 내어주셔서 주인 없는 빈 집에서 네 식구가 편하게 머물 수 있었다. 주님은 나를 너무 잘 아신다. 나에게 힘든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 privacy가 얼마나 필요했는지 말이다. 지난 안식년 동안 이런 privacy는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했다.

수요일 오전에는 엘에이 근처 한 교회의 선교 담당 목사님이신 정xx목사님과 함께 식사를 나눴다. 사실 6년 전 글로컬에서 뵌 것이 전부이고, 그 이후로는 남편과만 페친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게 소식을 주고받은 것이 전부인데 이렇게 초대를 해주시어 맛난 일식을 코스로 대접해 주신다. 몸둘봐를 모르겠다. 대화는 또 어떠했나? 이리도 편하고 유쾌한 만남이라니. 만남은 귀하고도 귀한 것이구나.

저녁 시간에는 후원 교회 목사님과 후원 목장 목자님, 그리고 한 집사님과 정신 없는 (아이들 덕분에 ㅡㅡ;;) 식사를 나누고, 후원 교회 수요 선교 기도 모임에 참석해서 남편이 선교 보고의 시간을 가졌었다. 차분하고도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남편을 보면서 나도 좋은 시간이었고 참석하신 분들에게도 잔잔한 격려와 도전이 되었던 것 같다. 남편의 실력이 갈수록 느는 것 같다. ㅋㅋ 일취월장.

예배 후에 집사님께서 롱비치를 보여주시겠다고 하셔서 늦은 시간이지만 따라 나섰다가 요즘 그렇게도 핫하다는 포켓몬 잡는 군중들을 만났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세상이 참… 묘하게 돌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목요일 오전에는 오래 전 모교회의 어린이 사역을 담당하셨던 전도사님, 지금은 선교사님 내외분을 만났다. 그때 나는 대학생 주일 학교 교사였다. 정말 우연치 않는 기회에 극적으로 성사된 만남이다. 고기 뷔페 집에서 식사를 하며 지난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J와 A는 문자 그대로 그 긴 시간 차돌박이와 삼겹살을 흡입했다. 대단했다. 후식으로 먹은 오렌지. 그 껍질이 쌓여가는 속도는 더욱더 놀라웠다. 아이들이 잘 먹어준 덕분에 어른들의 대화가 그나마 가능했다. 아이들도 눈치가 느는 것인가. ㅎㅎ

…..

서부에서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고 있는데,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기록할 시간이 없어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잊을까봐 뭐라도 끄적여 보는데… 다 기록하지 못 할 것 같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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