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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가난하면 아파도 안 되는…

Aug 26, 2016

병원에 다녀왔다.

내가 아파서 간 것은 아니고 병문안차 갔다 왔다.

이 동네에 종합 병원이 몇 곳이 있는데 이 날 갔던 곳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생활 보호 대상자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이다.

병원이 무슨 시장 같았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고 시끄럽던지. ER을 방문했었는데 그곳은 일반 병실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집에서 지난 3년간 가사를 도와주고 있는 아줌마(아줌마라 부르지만 나보다 어리다)의 막내아들이 뎅기열로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음식 가지와 이것저것을 챙겨 들고 병원에 간 것이다.

(여기서 우리 집에 왜 가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나, 선교사가 사역지에서 부르주아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닌가 놀랄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교사들이 잘 말하지 않는 선교사들의 공공연한 비밀. ㅡㅡ;;; 지금 이 공간에서 현지의 상황과 문화적인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본 글의 주제를 약간 비껴가기에 이번엔 생략한다. 아무튼, 지난 3년간 관계를 맺어온 귀한 아줌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센스 있고… 이 바닥에서 평판이 좋은 분이다. 섬기는 교회에서는 오랜 시간 주일 학교 교사로 섬겨왔다. 오빠는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선교 단체의 직원으로 지난 수년간 일해왔다. 남편이 아직 예수님을 몰라 그것이 큰 기도 제목이기도 한…)

J와 동갑인 아이가 수액을 맞으며, 저보다 더 어린 아기와 좁은 침대를 나눠 쓰며 힘겨운 모습으로 입원 병실을 기다리며 observatory에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아픈 아이 두고 앞에서 사진 찍고 그러고 싶지 않아서 아이의 모습은 생략한다. 엄청나게 이쁜 두 눈을 보여주고는 싶지만…)

주위를 돌아보니 대부분이 댕기 환자들이고, 대부분이 만 1세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다. 병원 침대에 환자 한 명만 누워 있는 경우는 아예 없고 적어도 3–4명은 침대를 나눠 쓰고 있다. J나 A가 아플 때 데리고 갔던 병원의 ER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래, 우리가 다니던 병원은 좀 더 잘 사는 사람들이 다니는 병원이 맞구나… 이런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아파도 이 안에 빈부의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가난하면 병원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이 불공평함이 내 마음을 너무도 불편하게 한다.

아이의 혈소판 수치가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있어서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하나님만 의지하자고 이야기는 하지만 자식의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어미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자기 앉을 의자 하나 없이 옆에서 서서 아들을 지켜보는 그 마음이 너무 짠하다.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비가 더 와야 하는 시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모기들이 더 극성이고, 그러다 보니 댕기 모기들도 극성이고, epidemic 수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댕기 바이러스로 고생을 한다. 가볍게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새벽에도 아줌마의 문자가 와 있다. 혈소판 수치가 오늘 더 떨어졌다. 이젠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뎅기열은 5일째가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날을 세어보니 오늘이 5일째다.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다. 의사를 한번 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안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재정적 burden인지도. 수혈까지 받게 되면 그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이 곳에 계시는 지인분께서 A 아줌마 가정도 선교사와 함께 동역하는 가정이라면서, 함께 기도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아줌마 본인은 생계를 위해 우리 집에서 일을 시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아줌마 덕분에 우리 가정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많은 일들(일상이든, 사역이든)에 큰 도움을 얻어왔다. A가 어린 상황에서 아줌마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해온 성경 읽기 모임이나, 북클럽 같은 모임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주님의 은혜를 구한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얼굴을 우리에게 비쳐주시기를, 복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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