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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10년, 그리고 새로운 출발 - 후기

Nov 17, 2017

지난 2-3개월 동안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복합적이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처음에는 그 충격이 너무 커서 누구에게 말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사건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일까에 있었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데 있었다.

정말 힘들었을 때는 내 모습이 마치 emergency room에 숨이 끊어져 가는 사람 같았다. 숨이 끊어지려고 할 때 심폐소생을 해서 겨우 숨을 붙여놓는... 그런 기분이었다. 가까운 이들의 중보와 하나님의 말씀으로 "연명"하면서, 그렇게 심폐소생술 받으며 하루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고작 이런 일에 "연명" 수준이라니...

“만약 네가 발로 사람들과 함께 달렸는데 그들이 너를 지치게 했다면 네가 어떻게 말들과 경주할 수 있느냐?"라는 예레미야서의 말씀이 생각났다. 고작 이런 일로... 말들과 경주해야 하는데...

주변에 경험이 많은 선임 선교사님들과 신앙의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마음 깊이 깨달았던 때이기도 하다. 건강한 공동체의 중요성.

이 일은 과연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가는 것일까에 대한 답이 조금씩 unfolding 되는 것을 본다. 아직도 그 끝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이런 변화는 우리의 삶에서 또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지... 지금 무언가 우와!하고 신나는 기분도 있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열매로서 증명되는 것이 아닌가. 이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는 것은 지금 현재보다 우리의 미래가 더 분명하게 말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듯이, 내 삶의 여정 가운데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일을 해석해본다.

1997년. 아무것도 몰랐던 대학생 시절. 그 때 나는 하나님께 내 삶을 드리고 선교에 헌신했었다. 그리고 그 후로 10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학부 시절 3학년 마치면서 휴학하고 이스라엘에 가서 예루살렘 대학도 다니고, 다시 돌아와서는 학부 졸업하고, MDiv 석사 과정 듣다가 한 여름에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으로 떠난 Wycliffe Discovery trip, 그리고 2년 후 졸업과 결혼, 그리고 구약학으로 Th.M 과정을 마쳤다.

2007년. 하나님께 내 삶을 드리고 정확히 10년 후 어느 정도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 과정을 마쳤다고 생각했을 그 때, 우리 부부는 정식으로 위클리프의 선교사 되었다. 이스라엘에서 1년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서 어느 날 아침에 창세기를 묵상하는데 요셉이 바로 앞에 서는 내용에 감동을 받았던 거 같다. "요셉이 애굽 왕 바로 앞에 설 때에 삼십 세라."(창 41:46) 그때는 이게 뭐라고 감동을 받았는지...  요셉의 삶에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그의 나이 삼십에 찾아왔다. '주님, 저도 그때까지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한창 파릇파릇했던 이십 대 초반 나의 기도였다. 그런데 만 30세가 된 그 해에 난 위클리프 선교사가 되었다. (에이, 이런 식으로 나이 공개?)

2017년. 선교사 되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남편과 종종 나눴던 얘기가, 선교사는 한 10년을 해봐야 겨우 오리엔테이션 끝내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호된 오리엔테이션 마쳤다.  그래도 특별히 이룬(?) 일도 없이 살아온 것만 같았는데, 매일 매일이 쌓여 이곳까지 나를 이끌었고,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하나님의 타임 테이블은 진짜... 뭐라고 설명을 못 하겠다. 그냥 딱 내 스타일이다. ㅋㅋ

아니, 그런데 이렇게 되면 나 박사 공부하려고 결정하고 준비하던 것은 다 어떻게 되는건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