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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10년, 그리고 새로운 출발 (3)

Nov 16, 2017

이번에는 진짜 make a long story short 해보자.

남편이 merienda 장소에 나타나자 former neighbors였던 선교사 부부가 상황에 대서 물었다. 이 부부는 우리가 큰 일을 겪는 중에 가장 먼저 연락이 돼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우리를 도와주려고 애를 썼던 분들 중에 하나다.

이러저러해서 일이 잘 안 되고 있고 미국 측 인사과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다음 달로 소환이라는 이메일을 보내왔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도 깜짝 놀라면서 대번에 ooo에게 바로 연락을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옆에 계시던 번역 선교사님 부부도 전에 나와 미팅을 할 때 같은 말씀을 하셨었기 때문에, 거기에 힘을 실어주며 ooo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알리라고 하신다.

여기서 ooo은 최근에 부임한 필리핀 전체 디렉터 선교사님이다. 그녀가 너희의 상황을 어느 정도 듣고 모르는 바가 아니며, 처음 들었을 때는 다른 길로 사역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intervene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알리면 분명히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일주일 전 내가 두 번째 미팅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선교사님들이 ooo에게 연락해 보라고 조언을 했다고 말했을 때는 별로 심각하게 듣지 않았던 남편도, 또 다른 선교사 부부가 같은 이야기를 해주니 이번엔 정말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 듯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이야기가, 필리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역들이 참 많은데, 비디오를 담당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서, 앤디나 에스더나 (우리를 말하는 것임) "golden mine"인데 그냥 보내면 안 된다고 자기가 예전에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golden mine"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금광이라...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은 맞는데, 그게 금광이었나? ㅋㅋㅋ

새로 부임한 디렉터에게 우리의 사정을 강력하게 주장해줬던 동료이자 이웃 선교사님은 필리핀/아시아 지역에서 Ethno Arts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성경이 번역되고 말씀이 읽히기 시작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역 중에 하나가 Ethno Arts인데, 모국어로 번역된 말씀을 갖고 원래의 문화와 아트를 사용해 transformation을 표현하는 것을 돕는 사역이다(이거 순전히 잘못된 정의일 수 있는데,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렇다). 그중에 하나가 song writing workshop을 열어서 자신의 전통적인 음악과 언어로 찬양곡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기도 한다.

(By the way, 그 날 저녁 두 번째 미팅을 함께 했던 선교사님께서 이메일을 보내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Glad we "ran into you" at the office this morning again....  (By the way, that was a rare thing that we and they were both having coffee break at the office. Most days there's hardly anyone there.)... Cool to hear how you "happened" to come to SIL today...  It's an adventure to see how God will keep leading!

과연 이 "rare occasion"은 우리 가족을 어디로 이끌 것인가?

Merienda 시간이 끝나갈 때가 되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고, 우리는 남편 사무실로 곧바로 가서 ooo 디렉터에게 이메일을 써서 보냈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나는 필리핀 지역 성경 번역 디렉터와 세 번째 미팅을 갖게 되었다(첫 번째 미팅도 이 분들과 함께 했었다). 선교사님이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계셨는데, 우리의 상황을 들으시더니, 시간에 쫓기는 상황인 것 같으니 괜찮다면 자기 집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셔서, 부리나케 달려갔었다.

첫 번째 미팅 후, 두 번째 미팅을 통해 나눴던 이야기를 업데이트하고, 또 두 미팅을 통해 내가 contribute 할 수 있는 사역의 부분들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가 받아던 교육과 훈련과 관심사에 대해서 나눴고, 이 모든 것들이 필리핀 번역 프로젝트들과 어떻게 맞아 떨어질지에 대한 그림도 함께 그려봤다.

그중에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위클리프와는 별개의 사역이기는 했지만 ) 지난 4년간 집에서 성경 읽기 모임을 해오면서 내가 지속적으로 섬겼던 부분은 각 성경책의 간략한 개요와 아우트라인, 핵심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었다. 구약 성경 번역의 필요에 대한 요청이 많은 이 지역에서 구약 각 책의 introductory material을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MTT (mother tongue translators)를 위한 material 이기 때문에 simple English로 쓰여야 한다. 이 문서들은 후에 shell의 역할을 하게 되고, 다른 언어로 번역되게 된다.
  2. MTT 사역자들에게 기본적인 헬라어/히브리어를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다. 아주 복잡한 문법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알파벳을 배우고 lexicon 등을 사용할 수 있는 training이 필요하다.
  3. 두 번째 미팅을 했던 선교사님의 요청으로 베드로 전후서와 유다서에 나오는 어떤 단어에 대한 리서치를 해드렸는데, 그와 비슷하게 성경 번역 선교사들을 위한 exegetical researcher가 필요하다 (성경 번역 선교사 혼자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했던 리서치를 가지고 그 선교사님이 그 단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결정하실 수 있었다고 한다 (3개의 후보 단어들이 있었는데 어떤 것을 사용하실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4. 구약 성경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 관심사가 신구약의 intertextuality이라고 말했더니 아주 흥미롭게 들으셨다. 보통 신약 먼저, 그리고 대부분 신약만 번역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내가 그냥 앤디의 와이프고, 어린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영어를 곧잘 하는 동양인 엄마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학구적(?)인 모습을 보이니 좀 놀라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신비주의를 고수했나? ㅎㅎㅎ

이런 일들을 해볼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며, 이야기의 마지막에 자신이 멘토링을 해 줄 수 있다면서 함께 해보자고 하신다. 필리핀 본부와 계속해서 소통하면서 일을 추진해 보자고. 아... 뭔가가 moving forward 하는 기분이 든다.

이렇듯 터널 저 끝 희미한 빛이 보일랑 말랑한 기분이었던 그 날 늦은 오후, 남편은 필리핀 지역 디렉터로부터 공식적인 사역으로의 invitation(일반 회사에서 말하는 job offer)을 받았다. Ethno Arts 부서에서 풀타임으로 12월 중순부터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뭐야, 일이 될려니 이렇게 순식간에 일사천리로???? 우리 부부는 지금 막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거야? 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 후로부터 정확하게 4일 후, 나도 필리핀 지역 디렉터로부터 공식 invitation을 받았다. 나의 assignment title은 Exegetical Consultant in Training이다. Wow!

우연의 일치일까? 내가 invitation을 받은 이 날은 우리 부부가 위클리프 선교사로 허입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하나님의 타이밍이란... 참...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