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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정착하고 싶다

Dec 6, 2017

막연히 생각했었던 같다. 40대가 되면 어느 정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뭔가 settled 된 삶을 살지 않을까...라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40대에 접어들면서 내 인생은 전보다 더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심리적인 상태와 사역적, 또는 삶의 방향성과 진로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physically도 temporary 한 housing에 살면서, 앞으로의 이사를 준비하는 이 상황이 심리적으로 참 힘들다. 내 내공이 그렇게 깊지 못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내 삶이 하나님 안에서 더 깊지 못해 그런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을 하지만, 공중의 둥둥 떠있는 상태를 마냥 enjoy 할만한 수준은 확실히 아닌 거 같다.

아침마다 A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길에 새롭게 "rent" 싸인이 붙은 집을 발견했다. 최근에 집 앞에 식물들을 다 뽑아버리고, 페인트 칠을 하길래 renovate 하나보다 했는데 렌트를 위한 준비였나 보다.

이런 일에는 전에 없던 민첩함이 가동되는 남편이 혼자서 집안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오고 집주인과 전화 통화도 시도했다. 우리 버짓에는 조금 비싼 렌트비였는데, 어떻게 해서 조금 깎기도 했다. (이럴 때 보면 울 남편 의외다 ㅋㅋ)

이사 관련해 다른 아무 옵션이 없는 상태라서 현재로서는 이 집이 유일한 옵션인데... 문제는 이 집이냐, 아니냐 보다는, 우리가 필리핀에 얼마나 머물게 될 것이냐에 있는 것 같다.

내년 6월 1일까지는 필리핀에서의 사역이 확정되었지만, 그 후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내년 6월까지만 필리핀에 있게 되는 것일까? 머물게 되는 것일까? 머물게 된다면 how long? 떠나야 한다면 언제, 어디로?

새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면, 늦어도 내년 5월 전에는 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오면서 처분한 물건들이 많아서 새로 장만해야 되는 물건들도 많다. 2 bed frames, 3 air conditioners, gas ranges, 세탁기, 오븐, 식탁/의자, 2 desks & chairs, 전자레인지, 냉동고, etc. 아, 집 지키는 개도 한 마리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물건 사고, 팔고, 다시 사고, 또 팔고를 도대체 몇 번을 한 것인지. 이사할 때마다 사고팔고를 한 것 같다. 필리핀에서만 크고 작은 이사 횟수가 6회 이상인 듯 (집 없어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낸 시간들까지 포함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사와 이동을 대비해서, 매년 garage sale을 통해 물건을 줄이고 줄이지만, 줄인 물건들보다 다시 생기는 물건들이 더 많은 것 같고... ㅡㅡ;; (minimalist의 삶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솔직히 다른 짐보다 책이 너무 많다. 열심히 읽지도 못 하면서 책 욕심은 많아가지고... 이건 못 줄이겠더라. 줄이기는커녕 점점 늘어난다.

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그냥 단방에 알려주시면 안 되나? 에효...

지금 이렇게 이사 준비를 해야 되는 건지 말아야 되는 건지... 뭐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일 집주인이랑 만나서 집 구경하기로 했는데... 아 대책 없어. 정착하고 싶다.

후기: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고. 하나님 나라 갈 때까지 우리는 이 땅에서 노매드로, 이민자로 사는 거라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통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은 그냥 오랫동안 한 곳에서 자기 터전 잡고 사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그런 위로(?)는 조심스럽게 사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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