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om 오래전 블로그

많이 늦은 미국 방문 후기 (2)

Aug 13, 2018

이번 미국 방문은 시작부터 너무 피곤했던 것 같다. 떠나기 전까지 필리핀의 일정이 너무 빠듯했고, 한국에서도 가볍게 쉬었다 가려고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과 지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이 피곤했다. 아무리 한국이 내 motherland라고는 하지만, 원룸 좁은 숙소에서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 두 녀석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며, 이제는 거의 뭐 외쿡인 관관객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 시스템을 잘 모르는 우리에게 한국 일정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했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친정집에 짐을 풀고 일주일간 시차 적응을 하면서 또 앞으로 있을 두 달간의 일정을 준비하면서 '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교회를 방문하거나 지인들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고 신나고 재미나고 힘을 얻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 전의 내 상태가 에너기 고갈 상태였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번 미국 방문 여행이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달랐던 점은, 미국에 대한 "익숙함"들이 예전 방문과 비교했을 때 많이 감소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방문 기간이 짧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빨리 변하지 않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미국 이민 가서 20년을 넘게 살았던 우리 동네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고 (새로운 도로가 생겼다거나, 늘 다니던 route이 변했다거나...)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 적지 않은 심적 불편함을 줬던 것 같다.

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분명 "익숙함"이 훨씬 많았고, 그로 인해 느끼는 편안함과 반가움이 컸다면, 이번에는 그런 감정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삶을 떠나(한마디로 필리핀에서의 삶) 익숙함이 많은 곳(미국, 우리 집, 친정집)으로 올 때의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기대감에 미치지 못 한 마음의 어떤 빈 공간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것 같다.

필리핀도 익숙하지 않은데, (한국은 이미 그렇게 된지 오래고) 미국도 이렇게 되면, 나의 집은 도대체 어디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 또 여기서 하늘나라만이 우리의 영원한 집이다... 이런 말씀은 마시라. 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

게다가 이번 미국 방문은 안식월도 아니었고 완전 business trip이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과 환경이 전과 다를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단순히 상황과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반가움"은 있으나 오랜 시간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서로에 대해 점점 모름"이 커져가는... 그런 현실이 그냥 아주 조금 슬프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이 선교사의 삶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좀 우울했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된다는 사실이.

to be continued... (오늘은 좀 우울한 톤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