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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많이 늦은 미국 방문 후기 (3)

Aug 14, 2018

미국 방문 중에 느꼈던 unfamiliarity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풍요와 소비문화,  그리고 쓰레기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전혀 새로운 것들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것들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참 불편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fast food 식당에서 (미국에서 라지 사이즈가 엄청 크다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서) 미듐 사이즈를 시켰는데 필리핀에서 먹던 라지 사이즈보다 두 배는 큰 사이즈가 나온다든지, 아무나 알아서 가져갈 수 있게 해 놓은 냅킨, condiments, soda fountain 같은 경우는 불필요한 소비를 권장하는 그 자체였다.

식당에서 우리 네 식구가 두 종료의 dish를 시켜 한 끼를 해결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고 (우리 애들이 절대 조금 먹는 아이들이 아님에 불구하고), 오히려 남아서 음식을 집에 싸들고 가야 할 정도로 양이 많은 것을 보면서,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들었다.

세상에 굶주린 많은 사람들이 못 먹는 이유는 음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distribution에 문제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 말에 200%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한가지 불편했던 사실은 어딜 가나 bottled water를 마신다는 사실이었다. 외출을 위한 용도는 당연한 것이고, 가정집에서도 그랬다 (우리가 방문한 가정들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사실 너무 편하기는 했다. 필리핀에서는 늘 물통에 물 챙겨 다니는 일이 일상이어서 못 느꼈는데, 집에 bottle water가 잔뜩 있으니 얼마나 편하던지. 너무 쉽고도 저렴하게 물을 사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번거로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을 blame 하려고 쓰는 글을 아니니 오해 마시길...) 하지만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미국에서 하루에만도 만들어내는 이 플라스틱 bottle의 수는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이 무책임한 일상이 심히 불편했다. 그 많은 플라스틱통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가 무슨 Green Peace 멤버도 아니고 평상시에 엄청나게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하나님의 피조 세계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필리핀에서 지낼 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장난감 선물을 잘 사주지 않는다. 양질의 물건은 대부분 수입품이고, 수입품은 너무도 비싸기 때문에 잘 사주지 않는다. 굳이 사준다면 맥도날드 해피밀의 토이가 좀 괜찮을 때, 그럴 때 사준다 (이것도 어쩌다 한번). 그런데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장난감을 많이 사주게 되었다. 아이들도 어딜 가든 쉽게 원하는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어디만 가면 뭘 사달라고 요청했다. 나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사준 것도 있고, 또 가족들이 몇 년에 한 번 보는 아이들에게 선물 공세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스포일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 문화에 아주 쉽고 빠르게 물들어 가는 것도 확연히 보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식구 모두가). 많이 사고 많이 소유하면 내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짓 유혹에 많이 넘어갔다. 그리고 미국의 풍요로움과 소비문화를 어느 정도 즐기기도 했다.

필리핀으로 돌아와 무거운 짐봇다리를 풀고 보니 내가 굳이 이 물건을 이렇게 힘들게 들고 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불편하지 않을 그런 아이템들이었다. 미국에서 봤을 때는 정말 필요하고 갖고 싶은 것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그렇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분명히 살림을 늘린 것에 대해 후회하고 후회할 것이 자명한데...

covenience가 blessing이라고 disguise해 우리를 속인다. 이렇게 살면 잘 사는 것이 되고, 복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많이 먹고, 구입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삶이 과연 blessing일까? inconvenience가 blessing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일까?

to be continued...

(아 참... 그리고 선교사의 이런 반응들을 전문적인 용어로 counter-cultural shock이라고 한다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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