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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많이 늦은 미국 방문 후기 (5)

Aug 24, 2018

이제 서서히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 학교도 시작되고, 내가 involve 된 모임들도 재개했고, 점점 바빠진다 (이 와중에 단수와 자동차 문제가 또 삶의 속도에 break를 걸고 있다). 그러니 이 글도 빨리 마무리를 짓자.

이번 미국 방문의 정점은 코스타 참석이었던 것 같다. 원래 이번 방문의 목적은 코스타가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코스타 사역 때문에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이해하신 듯했다. 뭐 어찌 되었든 겉으로 보기에도 코스타가 중요해 보였던 것 같다.

7월 초에 있었던 코스타 전까지 정말 미친 스케줄을 소화해 내면서, 그 사이사이에 코스타 강의를 준비한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가족의 이해와 희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주한 교회 방문 일정 사이에 친정 식구들과 함께 여행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중간중간에도 나는 혼자서 집을 지키든, 커피숍에 가서든 강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몇 년에 한 번 만날 수밖에 없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부 일정을 마치고 다시 동부로 돌아와서 코스타까지 4일이 남은 상황에서는 강의를 마무리하고 finalize 하느라 3일 연속 새벽 3-4시까지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했다. 마지막으로 학교를 다닌 것이 10년 전이니까, 이렇게 밤을 새우며 어떤 작업을 한 것이 10년만이다. 무엇보다 체력이 정말 안 되더라.

몸이 피곤해서 그랬는지, 내 안에 anxiety가 점점 더 커져갔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내가 뭐라고? 엄청 후회를 했다. 몸이 피곤하고 잠이 부족한데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선배 오빠가 사역하는 교회에서 설교까지 잡혀 있었으니... ㅎㅎㅎ)

아이들을 일주일간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남편과 함께 코스타가 열리는 시카고로 향했다. 강의안은 이미 마무리가 되었고, 가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면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듯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첫 날 전체 집회 강사님들과 갖는 미팅에서는 뭔가 뻘쭘함은 어쩔 수 없었다. 쟁쟁하신 목사님들 사이에서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뭐 이런 느낌? 하지만 경륜이 깊으신 목사님들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 (물론, 강사 모임 장소에 갔을 때, 간사님들도 나를 보고 순간 길을 잃은 참석자인 줄 아시기도 했지만... I don't blame them. ㅎㅎㅎ)

서론이 길어졌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결론적으로 코스타는 좋았다. 다른걸 다 떠나서 좋은 말씀과 예배 그 자체로 큰 쉼을 얻었다. 이런 시간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였다. 남편과 둘이서 거의 참석자 수준으로 열심히 참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생각을 해보면, 아이들의 육아에서 해방된 시간이라 좋았던건가? ㅋㅋㅋ)

디아스포라적인 요소들을 잘 녹아낸 찬양 시간이 좋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나의 정체성이 튀지 않는 편안함 속에서 예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내 첫 코스타 참석이 1997년이다. 당시 간사님으로 섬기셨던 모교회 분들과의 만남, M.Div 시절 잠시 몸 담았던 교회의 청년부 멤버들/집사님들과의 만남,  우리 부부가 개척 멤버였던 구, 워싱턴 나들목 교회의 가정 교회 목자님들과의 만남, 파송/협력 교회 가족들과의 만남 등등... 10, 2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도 힘을 얻었다.

새로운 만남들도 좋았다. SNS을 통해서나, 지인의 지인으로 말씀만 들었던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분들의 사역 이야기, 강의, 세미나 등을 들으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기도 했고, 나의 관점이 조금 더 넓어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코스타 스케줄이 워낙 빠듯해서 깊이 교제하고 시간 나눌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