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2, 2019
올해 garage sale에 참여 여부가 불확실해진 상황이 되고 나니 좀 더 확실하고도 과감한 물건 정리 방법이 필요했다.
일차 정리 대상은 소박하게 나의 책상과 책장이었다. 원래도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늘 정리하고 청소를 하지만, 이번에는 책상 서랍 안에 있는 물건들까지 구석구석 살펴보며 버릴 것들은 버리고 rearrange를 했다. 책상 위에 올라온 많은 물건들을 처분하고 나니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내 바로 옆에 남편 책상을 보면 순간 집중력이 흐려지고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뭐가 많이 보이지만, 그냥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지 않도록 해본다. ㅡㅡ;; (후기: 남편이 일주일간 출장을 떠났는데, 떠나기 전에 책상 정리를 부탁했더니, 와우! 완전 클린! 돌아오면 금방 다시 지저분해지려나...)
다음 날에도 혼자서도 정리가 가능한 부엌 정리를 했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동의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영역이어서 나 혼자 집에 있는 오전 시간에 후다닥 해치울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따로 빼서 기부하거나 교인들이나, 선교사들에게 나눠 주었다. 가전기기도 그냥 나눠 주었다. 선풍기, 제습기, 후라이팬, 등등... 그랬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 다바오에서 철수하냐고 물어오기도 한다. ㅎㅎ 아니요, 저희 어디 안 갑니다.
아이들의 장난감도 정리 했다. 내가 임의로 처분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의 경우 다른 박스에 넣게 했다. 어린이 사역을 하는 현지 사역팀에게 기부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모두 아까워하며 망설였는데 충분한 시간을 주었더니 하루, 이틀이 갈수록 더 많은 장난감을 let go 하는 것을 보았다. 어찌 보면 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난감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룰을 아이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기면 오래된 장난감은 let go 하기로. 지켜질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
책도 정리를 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책장은 수 년만에 꽉 차게 되었다. 교회 꼬마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도서관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께도 기부했다. 책을 정리하니 책장에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인다. 신기한 사실은 책 정리 이후에 아이들의 독서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책이 책장에 꽉 끼어 있을 때보다 빈자리가 보이는 책장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지 아이들은 더 열심히 책을 읽는다. (후기: 책 정리한 지 2-3주 정도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it's still going strong! 여유가 날 때마다 자신들의 reading nook에 앉아서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다.)
give away할만한 부피가 작은 아이템들은 상자에 담아 모아두었다가, 성경 공부 모임이나 식사 교제하는 모임에 들고 가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나눠드렸다. 그러면서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는데, 구성원이 international 한 모임에서는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 딱 몇 가지만 가져가고, 한국인 모임에서는 상자를 비워 왔다는 것이다. 한국분들의 경우, 빈상자를 돌려보내야 나를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하신 것 같다. 문화적 차이. ㅎㅎㅎ 해석은 각자 알아서...
기회가 날 때마다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물건을 전달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쓸모없이 구석에 박혀 있는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 그래도 되는데, 좀 많이 받아가신 분들이 자꾸만 반찬을 주신다. ㅎㅎㅎ 이렇게 되면 나한테는 더 큰 이득이 되는건가? ㅋ
지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이러한 나눔을 계속했더니, 지인분께서 자기도 이런 식으로 물건을 좀 나눠야 겠다고 하신다. 몇 주 후에 6살이 되는 A도 생일 선물로 뭘 원하냐고 물어보니 큰 거 싫다며, 150페소(3불도 안 되는 거) 장난감 하나면 된다고 한다. 갑자기 물욕이 사라진 건가? ㅋㅋㅋ 그래도 생일인데 너무 작은 거 아니야? 했더니, 그럼 두 개. 이런다. 삶의 작은 변화가 불러오는 또 다른 변화들을 본다.
to be continued... 할까 말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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