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om 오래전 블로그

어떻게 도와야 할까?

Apr 15, 2019

오늘 오후 아일린 자매와 긴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시작은 아일린 자매가 봉사자로 섬기고 있는 컴패션 사역을 통해 알게 된 한 젊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E자매라고 부르겠다). 아일린 자매가 선교사/외국인/한국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많은 신뢰를 얻다 보니, 가정의 가사 도움 이를 구할 때 아일린 자매에게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많이 온다. 요청이 올 때마다 아일린 자매는 교회의 리더들과 나누고 기도한 후 사람을 연결시켜 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많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연결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기도하면서 연결을 해준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지인분도 아일린 자매를 통해서 가사 도우미를 (이곳에서는 헬퍼라고 부른다) 연결받게 되었는데, 그 자매가 바로 E 자매다. 최근 E 자매가 너무 힘든 일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린 자녀가 4명이나 있는데 남편이 경제적인 활동을 전혀 못 하는 상황에서 영적으로 굉장히 어두운 컬트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난봉꾼이 된다고 한다. 최근에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감옥을 갔다 오는 일도 있었다. 돈이 없어서 물세, 전기세도 못 내고 있을 상황인 것 같고, 아이들이 삼시 세 끼를 먹고는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한다. 그래서, 만 3세 막내를 친정 언니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3일을 일을 하게 된 것인데, 솔직히 그렇게 벌어서는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E 자매와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아일린 자매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로컬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컴패션 사역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물론, 내가 여기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behind the scene에서 사정을 파악하고 기도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일은 아일린 자매를 통해 이루어지고 또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일린 자매는 교회에서도, 컴패션 사역에서도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의 성경 교사이며, 또 그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reach out 하는 일을 맡고 있다.

교회에서 하고 있는 feeding ministry에 아이들을 등록시켜 일주일에 두 번의 meal이라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대해 나누었다. 또, 4명의 자녀 중에 오직 한 자녀만 컴패션의 후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3명도 후원자를 찾을 수 있다면, 몇가지 혜택을 더 누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직접적인 후원보다는 단체를 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그러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과거 외국인들의 direct 한 후원을 받았던 가정들과 그들의 현재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수년 전에 어떤 선교사 가정이 이 지역의 젊은 엄마들을 지극 정성으로 돕고, 제자훈련도 하고, 학교도 보내고, 가정의 불화가 있을 때는 상담도 제공하고(개인적으로 이건 너무 western style이었다고 보는데.. 아무튼), 수련회도 열어주고, 외국인 후원 가정과 연결해 재정적인 도움도 주고, 아이들 학비는 물론, 신발도, 냉장고도, 세탁기도 사주고, 심이어 집도 지어준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여기서 집이란 판잣집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은 전혀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엄청난 선물이다.)

"와우! 대단하다. 어때, 이런 후원들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될까?"라고 물어봤는데, 반응이 쇼킹했다. 내가 아일린 자매를 알아온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전에 본 적 없었던 가장 큰 제스츠어로 손사례를 치며 "No!"라고 말한다. "아니, 왜?" 아일린의 대답은 더 쇼킹!

그들의 후원을 책임져 준 선교사 가정이 이곳을 떠난 후, 외국인들로부터 directly 후원을 받아왔던 열 두 가정 모두가 원래 몸 담고 있었던 지역 교회를 떠났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를 떠나게 된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겉에서 볼 때는 모두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교회에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그들의 이웃의 눈에 (참고로, 그 12 가정은 대부분 같은 마을에 살았다) '아, 저 교회에 다녀야 저렇게 빵빵한 외국인 후원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고, 그 결과, 교회에는 외국인 후원자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 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웃 간에, 또 교인들 사이에서 느꼈을 불필요한 질투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 12가정을 도왔던 선교사를 개인적으로 안다. 나는 그들의 마음과 선의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심으로 사랑했고 도왔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이러한 결과는 예상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참 마음이 복잡했다.

아일린 자매의 대화는 내가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중단되고, 기도하며 분별하면서 구체적인 뜻을 찾아보자며 마무리했다. 외국인으로서, 그것도 (상대적인 것이지만) 가진 것이 너무나도 많은 외국인으로서 이 땅에서 사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쉽지가 않다. 조심스럽다. 지혜로워야 한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다투어 빠르게 채워져야 하는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것을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주님께서도 달라고 하는 자들에게 주라고 하셨다. 그때는 주저 없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이 곳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삶이 아니라, 공생하는 삶을 꿈꾼다면, 지역 공동체, 로컬 교회 공동체, 이웃 공동체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나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으로는 정말 모르겠다. 당장 필요가 있는 사람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드러나지 않고, 오직 주님만이 드러나기를, 또 그 결국에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각 개인과 가정에 삶에 임해야 한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 것일까?

'From 오래전 블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inimalism for a missionary (3)  (0) 2019.04.22
minimalism for a missionary (2)  (0) 2019.04.22
minimalism for a missionary (1)  (0) 2019.04.22
의미있는 대화  (0) 2019.04.22
Ephesians 6:10-17  (0) 201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