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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엄마의 인증샷

며칠 전 미국에 계신 엄마와 카톡을 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과 크리스천으로서 피조 세계를 돌봐야 하는 책임에 대해 열변(?)을 토한 적이 있었다. 교회 점심도 스테인리스 식기와 컵을 사용해야지, 계속 일회용을 쓰면 기독교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천여 명이 매주 일회용 식기에 점심을 먹는다면, 한 달, 또 일 년이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낼까?)

하지만 그런 교회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계신 것도 아니고, 우선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하니까 텀블러 사용을 권해드렸다. 매일 아침 새벽 기도를 가시는 엄마. 새벽 기도 후에 교회 주차장? 운동장 돌기 운동을 하시고 친한 분들과 Panera에서 모닝 커피를 하시는데, 매일 쓰는 일회용 컵이 한 달이면 30잔이라고 텀블러 사용하시라고 권해드린 것이다. 종이컵이니까 괜찮지 않냐고 하셔서 뜨거운 음료를 담는 컵은 얇은 플라스틱이 이미 입혀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설탕 봉지도, 티백도,... 모두 플라스틱이 입혀진 것이라고. 최대한 쓰지 마시라고.

그리고 며칠이 지났는데, 카톡에 인증샷이 도착했다. 새벽 시간 텀블러를 챙겨 들고 Panera에 가신 엄마가 보내신 사진이다. 역시 우리 엄마. ㅎㅎㅎ 친구분들께도 열심히 텀블러 전도(?) 잘하시라고 격려해 드렸다.

전통적인 기독교 안에서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에 참 무관심하고,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그 시작에 Christopher J. H. Wright(누구는 OT Wright이라고도 부르던데. ㅋㅋ 참고로, 구약 전공이심)의 The Mission of God's People이 있었다. 피조 세계를 돌보는 일에 관해서는 한 챕터만 다루고 있지만, 그 챕터만으로도 임팩트는 컸다. 

작은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보태야지. 아이들에게도 잘 가르쳐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의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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