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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청소년부 수련회

<페이스북 그룹과 나눈 내용>

어제 중고등부 수련회 잘 섬기고 왔습니다. 세상 무서운 것이 중고등부 수련회였네요. 아무리 탁월하고 빵빵 터트리는 강사라도 중고등부 모임에 가면 상처 입고 온다는 말이 그냥 하는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

시작 전에 순간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벽 보고 얘기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많이 앞섰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렇게 worst는 아니었고, 말씀을 귀 담아 듣는 의외의 학생들이 몇몇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하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다 끝나고 나니, 이럴 때 기 빠졌다는 말을 쓰나 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집에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못할 정도의 피곤함과 heaviness in heart가 있었습니다.

제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니었고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좀 딱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깊어지는 고민거리들이 있었습니다.

서른 명 가량의 아이들이 참석했고, 반은 한국 아이들, 반은 필리핀 아이들이었습니다. 영어와 한국말을 오가며 양쪽 아이들을 다 염두하고 티칭을 하기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영어를 알아 알아듣기는 하지만, 하지만, 편한 정도는 아니고, 필리핀 아이들도 “비사야”라는 이곳의 언어가 mother tongue인지라 영어로 소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한국 아이들은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가정과 부모를 떠나 이 다바오 땅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고, 교회를 참석하는 이유도 자신의 guardian이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교회를 참석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수련회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참석한 것이지요.

자신을 무신론자다, 나의 종교는 무교다!라고 설명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나눈 내용이 얼마나 관심 없는 주제였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아이들 고개가 푹푹 꺾인 채 한 시간반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시간 내내 저는 그들의 머리카락만 봤습니다. ㅎㅎㅎㅎ 물론 그중에 정말 신기한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며 경청하는 아이들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하실 테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그 시간이 참석한 아이들에게 전혀 의미 없는 시간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나님께서 필리핀에 사는 한인 아이들을 긍휼히 여겨 주시기를… 또 어려운 영어로 강의 듣느라 고생한 우리 필리핀 친구들에게도 좋은 현지 리더들이 나타나 그들의 영적 성장을 도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heart language로 듣는 말씀의 파워! 외국인 선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참 미비하네요.

아… 아무튼 엄청난 피곤의 무게가 쉽사리 가시지가 않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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