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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지극히 개인적인 2022 코스타 후기 (3)

 
한국에서의 학력이 중졸인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함에도 많은 limitation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조금 더 내 목소리를 내고,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코스타에서 누린 특권 중에 하나라면 그룹 세미나의 패널로 함께 섬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세미나의 주제는 "환대"였고, 손태환 목사님, 전후석 감독님, 김재우 선교사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었다. 처음에 코스타 측에서 연락을 해 오셨을 때는, 내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맡고 있었고, 또 개인적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던 터라 조심스럽게 approach 해 오셨던 것을 안다. 내가 수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가 환대였기에, 또 "여성"의 voice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함께 하시는 분들을 신뢰할 수 있어서 그분들과 함께라면 꼭 참여하고 싶기도 했었다.
 
매가리 없는 1.5세의 삶과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의 시간이 꽤나 길었던 나는 모든 면에서 자존감을 잃고 바닥을 치는 시간을 제법 오랫동안 보냈었었다. 그 후로 누군가가 나를 찾으면 '왜 나를?'이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었고, 종종 그 자리는 내가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이번에 흔쾌히 수락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환대"라는 주제가 내가 이번 안식년 기간에 정리한 성경의 theme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필리핀에서 살면서 가장 꾸준히 했던 사역이 하나 있다면, 우리 집을 열어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말씀으로 환대하는 사역이었다. 어떠한 경험이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고, 내가 어린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무나 지쳐있었고 메말라 있었고 말씀에 굶주렸었기에, 실상은 내가 살고자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 사역이 팬데믹 전까지 6년간 지속되었었다.
안식년을 맞아 집으로 돌아와 지난 10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신학적으로 그 시간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마침 지난해 말에 어떤 청년 컨퍼런스에서 나를 세미나 강사로 초청했고, 세미나 토픽을 정함에 있어서 자유를 주었기에, 나는 "말씀으로의 환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준비했었고, 그러면서 성경이 말하는 환대에 대해 공부하며 필드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Proskuneo Ministries가 Calvin Institute of Christian Worship의 grant를 받아 진행한 "WORSHIP AND HOSPITALITY" 세미나 제작 프로젝트에 성경 교사로서 콜라보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덕분에 성경적 환대에 대해 다시 한번 연구하고, 그 결과를 5개의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남편이 친정집 리빙룸에서 찍어줌). 이런 일련의 과정 덕분에 이번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할 수 있었고, 말뿐인 나눔이 아닌, 경험에 의한 확신의 내용들을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다른 패널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텍스트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는 나는, 늘 현장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나 스스로에게 내리곤 한다. 그래서 김재우 선교사님의 경험이 담긴 가르침은 언제나 나에게 큰 공명이 되고, 내가 성경적으로 정리한 것들을 down-to-earth 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의도적으로 나를 성경 교사의 자리로 불러주시는 거, 잘 알고 있다.) 존재론적 디아스포라의 사유를 말씀하셨던 전후석 감독님의 나눔은 내 오랜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고민 사이의 갭을 좁혀주었다. 말 그대로 connect the dots를 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주었고, 내 정체성의 고민이 일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말씀과 현장 사이에서 늘 치열한 고민을 하시는 손태환 목사님의 나눔은 잔잔한듯 하지만 언제나 큰 울림을 준다. 안타깝게도 난 목회자에 대한 보편(?)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분이 계시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해 준다. 특별히 저녁 집회 때 하신 말씀은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inviting 했었고 복음을 살아내고자 하는 우리 모두를 another level로 인도했다. 사실 환대를 묵상하며 가장 자주 떠올렸던 말씀이 룻기서의 말씀이었기에, 그날 저녁의 말씀은 그 자체로 confirming 했었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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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