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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여성 수련회 후기 (1)

- 지난주 금요일 저녁, 토요일 오전과 오후, 뉴프론티어 교회 여성 수련회에서 세 차례 말씀을 전했다. 쉬운 일은 없다.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의 말씀 나눔이란, ice breaking이 될 때까지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앞에 서서도 한참을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몰랐었던 것 같다. 이런 내가 간간히 public speaking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 수련회를 마치고 모두가 떠난 후, 홀로 호텔에 남아 지난 이틀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걸 생각하기 이 전에, 우선 끝났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사용해 주시면 계속 이런 일을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가, 바로 아니야, 힘들어서 못 하겠다로 변경. ㅎㅎㅎㅎ

- 내가 이런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인지 늘 내 자신에게 묻는다.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최종 학력이 중졸인 나. 1.5세의 어눌한 표현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영어로 하면 할 수 있나? 그건 더욱 더 아니라 슬프다.) 실제로 첫날 저녁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여행 일정으로 피곤해서인지 평상시 보다 말이 더 세더라는. 손에 마이크 잡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니 마이크 들고 있는 손도 자꾸 내려가고. 어쩔... ㅠㅠ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 이번에 여성 수련회를 섬기게 된 배경은 이렇다. 7월 초 코스타 마지막 집회 후, 뉴프론티어 교회를 섬기시는 류인현 목사님께서 10월에 여성 수련회를 준비하고 계시다며 강사로 초청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코스타 바로 다음 주에 달라스로의 이사와 함께, 새로운 위클리프 사역을 준비하는 시기라 돌아가서 답을 드리겠다고 답했었다. 달라스에서 기본적인 짐 정리를 마치고 수련회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청년부 수련회를 섬긴 경험은 있지만,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나의 (디아스포라 여성으로서의) 경험들이 다른 여성 성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렇다면 해야지! 잘 섬겨야지! (나에게 응원을!)

- 초청을 수락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대상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니 어떤 본문도 정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가정 공동체를 위한 수련회 시리즈의 한 꼭지로서의 기혼 여성들을 위한 수련회인데 (주제도 무려 "가정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 나라"), 내가 여성이기는 하지만 전문 가정 사역자도 아니고, 여성만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뭔가 억지로 끼워 맞추기, 맞지 않는 옷 입기 같은 느낌이랄까.

- 보통 기혼 여성을 위한 수련회라고 하면 기대하는 주제가 있지 않나? 성경이 말하는 여성상, 성경적 아내, 엄마의 삶...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내가 유난스러운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런 주제들을 들으면 답답함이 먼저 몰려온다. 성경 안에서, 진리 안에서 자유를 이야기하기보다, 그 반대로 더 어떤 frame을 씌워 버리는 메시지를 많이 들었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뭔가를 더 제한당하고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 오랜 고민 끝에, 친한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같이 신학교를 다녔던 언니들이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줌으로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있는 언니들이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한계와 제한을 경험한 인생 선배들. "언니들, 여성 수련회에서 말씀 전하게 되었는데, '여성'이라고 대상을 정해 놓고 말씀을 준비하니 오히려 더 힘드네. 왜 그럴까? 갑자기 제한당한 느낌. 대상이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말씀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 그때 한 언니가 "대상을 여성이라고 정하지 않더라도 여성으로의 독특한 경험과 시각이 녹아든 설교일 테니 여성 청자들에게 더 와닿긴 할 듯."이라고 답해주었고, 다른 언니들도 다 동의, 동감해 주었다. 그래서 거기서 용기를 얻어 말씀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눔교회 안지영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들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었고, 말씀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인생의 좋은 선배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