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10년을 보내는 동안, 갑작스럽게 파송 교회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생활비가 끊긴 선교사님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우리도 비교적 작은 세 교회로부터 파송을 받았기에, 우리 사역이 교회에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늘 있었다. 실제로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가 이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passport country로 사역지가 옮겨지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선교지 생활비의 두 배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 배가 되어도 빠듯한 상황이 되었다. 이전의 단순했던 재정 상황이 이곳에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안식년을 마치면서 미국 내에서 부모님이 계신 홈타운을 떠나 다른 주로 이사하는 결정은 처음 선교지로 떠날 때보다도 더 큰 믿음이 필요했다. 부모님 곁에 살면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부르셨음을 믿으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르기로 했다.
지난 3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기적처럼 새로운 파송 및 협력 교회를 허락하시고 후원자들을 보내주셨다. 특히 익명으로 후원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 은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던 남편의 파트타임 일자리마저 불확실해져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역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묵상하고 있다.
감사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과 이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우리는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유스 성경 공부에서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한 학생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제일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우리는 행복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맞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숨어서(?) 살고 싶은 내 성향과는 반대로 때로는 모두에게 공개(?)된 삶을 살아가며, 우리의 일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때도 있다. 지속적으로 기도 편지를 써야 한다는 부담은 삶이 힘들 때는 부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사실 이는 결코 쉬운 삶의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님께 “네!”라고 대답했을 때, 이런 삶을 선택하겠다고 결단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하는 사역의 영향력은 사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우리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그 일의 결과는 온전히 하나님의 몫이다. 최근 "frontline(최전선) 선교사"라는 표현을 들었는데, (비록 온전히 동의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만약 선교사들을 사역 종류에 따라 구분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그 줄의 제일 끝자락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의 열매를 직접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역을 신뢰하며 동참하는 동역자들로 있다는 것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결코 지속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사역지 변경으로 우리의 일이 전통적인 선교 사역과는 다르게 보일 수 있고, 때로는 이 사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하시는 것 같다. 이곳에서의 우리의 섬김도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의미 있는 사역임을 믿으며,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갑자기 이런 글을 주절주절 쓰게 된 배경은 이번 주말 청년들과 함께할 하박국 성경 공부를 준비하면서다. 우리의 현실에는 여전히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지만, 하박국처럼, 환경이 내 삶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그가 직면한 상황은 임박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하나님께 성실함과 신실함으로 반응하며, 하나님 그분을 기뻐하기로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박국이 많은 불평과 고발로 하나님과 대화를 시작했지만, 결국 그가 깊은 신학적 이해에 이르러서는 그것을 기도와 찬양, 예배로 승화시킨 모습이 깊은 믿음의 고백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제 sidetrack 그만하고 back to my work.
추가: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련다." --> 고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생산물과 가축의 기본 목록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 경제적인 상황과도 연관이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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