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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10년, 그리고 새로운 출발 (1)

Nov 14. 2017

10년 전 오늘, 우리 부부는 위클리프 성경 번역회 소속 선교사로 허입이 되었다.

그 후로 많은 훈련 과정과 이동과 이사를 반복하며 지난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을 어찌 다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egetical consultant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J를 임신한 채로 1년간 응용언어학 석사 과정 수업도 들었었다. 내 평생에 제일 힘들게 했던 공부가 아니었을지... (재미도 없었고...)

모든 훈련 과정을 마치고, 남편의 field assignment에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역지를 찾던 중 우리 가족은 동남아로 옮기게 되었고, 미국을 떠날 때 막 첫 돌을 맞았던 J는 이제 다음 달이면 어느덧 만 8세가 어린이가 된다.

그 사이에 A도 태어나고, 실상 나는 지난 시간들을 육아에만 전념(?)해야 했다. 물론 내가 살고자 성경 공부, 성경 읽기, 북클럽 같은 모임들을 만들고 인도해왔지만, 내가 힘들게 공부하고 훈련받은 분야에서의 섬김의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말씀을 공부하고, 나누고,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길은 열리지 않았고... 그래서 난 그 꿈을 서서히 접게 되었다 . 다른 세팅, 다른 컨텍스트 안에서 말씀을 나눌 기회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로 마음을 정리하던 중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박사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최근 2년간의 일이다.

학교를 떠난지 8-9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다시 공부를 하러 학교로 돌아간다는 일은 내게는 너무도 높은 산처럼 느껴졌고, 싱글일 때, 그리고 아이들이 없었을 때에도 힘들었던 공부인데,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다시 이 힘든 여정을 통과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핑계 삼아 박사 과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 결정은 매듭을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결정을 내린 후 정확히 1년 후에 다시금 이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더 많은 이들의 권유, etc.), 난 처음보다 더 심각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고려하고 기도하게 되었고, 약 한 달간의 시간 끝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한 달동안 주변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나는 심리적으로 심한 up and downd의 시간을 겪었다. 왜 그게 그렇게도 힘든 decision making process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ㅋㅋㅋ 그동안 이런저런 상황들을 통해 녹록지 않은 현실의 맛을 본거지. 그래서 겁도 나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젊은 시절의 도전은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지도 모르겠다. 실패한다 할지라도...)

힘들게 박사 과정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박사 과정에 있거나, 박사를 마친 지인들에게 실제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으며, 관심 논문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나의 결정에 대해 들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이었다. 반대 하는 사람이 정말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재정적인 부담도 크다고 했건만 오히려 다들 신나 하는 이 신기한 분위기 뭐지? 뭘 믿고...? (내 주변엔 현실 감각 있는 사람들이 없다 ㅋㅋ)

하지만 이 힘든 결정을 내린 바로 직후, 우리 부부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찾아왔다. 그리고 힘든 시간은 지난 몇개월간 지속되었다. 그때 무너진 우리의 마음을 이 공간에서 다 풀어쓰기에도 쉽지 않을 정도다. 선교사 되고 역대 최고로 힘들었던 시간 같다.

우리가 뜻하지도,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남편의 사역팀 안에 일어나면서, 남편을 비롯한 다른 팀원이 사역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우리는 방향성을 잃고 하나님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인도하심을 구하게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 우리를 powerless 하고 insignificant 한 존재로까지 느껴지게 했던 시간들... 아주 극적으로는 이제 위클리프를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에도 힘든 때도 있었다. 식욕을 잃고 밥도 먹지 못 하고, anxiety로 인해 심장이 마구 마구 뛰는 것도 경험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 해 뒤척이던 밤이 많았다 (그런데 남편은 코 골며 자더라. 잠이 오냐고 했더니, 나라도 자야지.. 그런다. ㅋㅋ). 결국에는 전문가와 만나 상담을 받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받은 상담. 의외로 괜찮았고,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됐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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