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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오래전 블로그

그냥 지나가시는 예수님? (마가복음 6:48)

Jan 22, 2019

월요일 오전마다 모여서 성경 읽기를 함께 하는 멤버 몇 분들과 신약 성경 “쓰면서 읽기”를 시작했다. 지난 11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주 5일, 매일 1장씩 쓰고, 주말에는 잠시 쉬면서 grace period로 사용한다. 멤버 모두가 주부들이라서 자녀들이 학교 방학을 하거나 휴일에 집에 있을 경우에도 성경 쓰기는 break 타임을 갖는다.

성탄절/새해 방학을 보내고 1월 14일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가복음이다. 말씀을 쓰면서 읽는 유익이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우선은 어떠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 자체로 마인드가 클리어 해지는 것을 느낀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입으로 되뇌며 읽는 효과도 깊은 묵상에 도움이 된다. 문학으로서의 성경을 생각해 볼 때, 손으로 쓰다 보면 반복되는 표현이나 단어나 주제들을 좀 더 쉽게 캐취 할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어제는 마가복음 6장을 쓰며 읽었다. 6장 끝 부분에 물 위로 걷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관복음서를 읽을 때는 서로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각 복음서의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들에 따라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디테일들을 제공하며 기록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6장 마지막 부분에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가시는 장면은 마태와 마가만이 기록을 했는데, 그 중에서 마가만 기록한 “특별한” 디테일이 있다.

마가복음 6:48 (새번역) 48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들이 노를 젓느라고 몹시 애쓰는 것을 보셨다. 바람이 거슬러서 불어왔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를 걸어서 그들에게로 가시다가, 그들을 지나쳐 가려고 하셨다.

Mark 6:48 (ESV) 48 And he saw that they were making headway painfully, for the wind was against them. And about the fourth watch of the night he came to them, walking on the sea. He meant to pass by them.

예수님께서 강한 바람에 몹시 애를 쓰고 있는 제자들을 보고 그들에게 가시려고 바다 위를 걸어서 가셨는데, 그들을 지나쳐 가려고 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롭다. 왜 그러셨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제자를 향한 예수님의 마음이 바뀐 것일까? 이 본문 읽을 때마다 이상하다 싶어 늘 여기 저기서 답을 찾아봤는데 속 시원한 해석을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Best Commentaries 사이트에서 마가복음 관련 86.5점으로 2nd 베스트(1등과 0.3점차이)로 기록된 William L. Lane의 NICNT 주석을 보면, 이 표현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그의 영광을 보이시며 “passed by”하신 theophany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한다 (출애굽기 33:22). 그리고 마가는 70인 역(LXX)에서 하나님의 theophany와 깊은 연관이 있는 “passed by”라는 의미의 헬라어 단어(παρέρχομαι)를 의도적으로 선택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출애굽기 33:22 (새번역) 22 나의 영광이 지나갈 때에, 내가 너를 바위 틈에 집어넣고,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너를 나의 손바닥으로 가려 주겠다.

Exodus 33:22 (ESV) 22 and while my glory passes by I will put you in a cleft of the rock, and I will cover you with my hand until I have passed by.

아니면 열왕기상 19:11의 호렙산에서 엘리야 앞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신현과도 연관이 있거나.

열왕기상 19:11 (새번역) 11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곧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 너는 나가서, 산 위에, 주 앞에 서 있어라.” 크고 강한 바람이 주님 앞에서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었으나, 그 바람 속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1 Kings 19:11 (ESV) 11 And he said, “Go out and stand on the mount before the Lord.” And behold, the Lord passed by, and a great and strong wind tore the mountains and broke in pieces the rocks before the Lord, but the Lord was not in the wind. And after the wind an earthquake, but the Lord was not in the earthquake.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아주 간략하게 욥기서 9:8, 11절 말씀의 allusion이라고도 설명한다. (마가복음은 direct quotation보다는 allusion을 선호하는 것 같다.)

욥기 9:8, 11 (개역개정) 8 그가 홀로 하늘을 펴시며 바다 물결을 밟으시며 … 11 그가 내 앞으로 지나시나 내가 보지 못하며 그가 내 앞에서 움직이시나 내가 깨닫지 못하느니라

Job 9:8, 11 (ESV) 8 who alone stretched out the heavens and trampled the waves of the sea… 11 Behold, he passes by me, and I see him not; he moves on, but I do not perceive him.

아 그런데 이거 새번역이랑 개역개정의 번역이 좀 다르다 (italic 부분). 이건 왜 그런 거지?

욥기 9:8 (새번역) 8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받지도 않고 하늘을 펼치시며, 바다 괴물의 등을 짓밟으신다… 11 하나님이 내 곁을 지나가신다 해도 볼 수 없으며, 내 앞에서 걸으신다 해도 알 수 없다.

이건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아무튼…

Theophany와 연관 지은 설명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데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출애굽기와 열왕기상의 배경은 둘 다 “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욥의 배경이 마가복음과 더 가깝지 않나?

그러다 최근 자주 펼쳐보는 Richard B. Hays의 책, <Echoes of Scripture in the Gospels>을 통해서 그 해답에 조금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같다. 욥 9:8관 관련해 이 구절을 좀 더 자세하게 다뤄줘서 어찌나 기쁘던지. 구약에서 하나님이 물 위로 걷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Hays 교수가 기록한 몇 가지를 reference를 이곳에 옮겨 보자면 시편 77:19, 이사야 43:16, 51:9-10 정도가 있다). 그중에 욥의 표현이 마가의 상황과 가장 흡사해 보인다.

마가가 욥의 이 구절을 염두에 두고 “passed by”를 기록한 것이라면, in light of this 이 본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마가복음이 그리고 있는 예수는 어떤 분이란 말인가?

욥 9장 11절의 내용을 보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내 앞으로 지나가시는데 내가 보지도 못 하고 그가 내 앞에서 움직이시는데 내가 깨닫지도 못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마가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뭔가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 유난히 많이 부족해 보이는 제자들의 모습이다. 이 앞전에 나온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고도 그들은 예수님이 어떠한 분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알아보지도 못 했고, 이해하지도 못 했고, 무엇보다도 믿지 않았다. faithless disciples. 딱 나 같구나. (갑자기 든 생각. 마가복음을 읽다 보니 예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간절한 자들의 예수님을 대하는 자세와 그들의 믿음이 제자들의 그것과 유난히 더 대조가 되는 느낌마저 든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바로 눈 앞에서 그의 영광을 보여주셨지만 보지 못 했고, 깨닫지 못했던 제자들. 그래서 믿을 수 없었던… 반면에, 마가복음의 예수님은 지속적으로 제자들을 향한 신실하심을 보여주신다. 제자를 부르시고, 가족이라고 하시고, 예수를 따르던 무리들은 알 수 없었던 비밀들을 exclusive 하게 설명해 주시고, 일을 맡기셨으며, 돌보셨다 (6:31 – 여기서 약간 감동. 많은 사람들이 몰려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예수님이 “외딴곳으로 가서 잠시 쉬라”고 하실 때!). Jesus’ faithfulness.

나도 많은 순간 인생의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배 안에서 안간힘을 쓰며 살고자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시고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 아 놔.. 근데 나 유령인 줄 알고 소리를 지른다. 겁에 질려서. 끼약~~~~~

“안심하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라.” 홀로 하늘을 펴시며 바다 물결을 밟으시는 우리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을 듣고, 둔해진 마음이 살아나기를, 깨닫게 되기를 기도한다. Coram Deo. 주님의 임재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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