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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flections & scribbles

No 성탄절 for me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에 성탄절 이브 때마다 교회에서 늦은 시간까지 성탄절 행사에 참석하고, 행사 이후에는 중고등부나 청년부 언니, 오빠들을 따라 캐롤송 따라 다니고 했던 추억이 있다. 미국 이민 가서부터는 첫 몇 년은 (부모님께서) 먹고 사느라 힘들어서 그런거 챙길 겨를이 없었고, 문화적으로 많이 다른 곳이어서 전혀 다른 방식을 성탄을 보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눈 오는 성탄 이브에 새벽송을 돌았던 재미난 추억도 좋았고, 미국에서 서양(?)적인 분위기의 성탄을 보내는 것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설명하기 조금은 조심스러운 성탄에 대한 view를 갖고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성탄 선물 나누기, 선물 교환, ... 이런 것들은 (내가 생각하는) 성탄의 정신과 많이 멀다고 느껴져서 하고 싶지 않는지 오래 되었다(그래도 속한 그룹이 뭘 한다고 하면 굳이 내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하지는 않고,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참여는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성탄 선물을 따로 챙겨 주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인간으로 우리에게 선물처럼 오신 날에 우리가 굳이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한다면, 주어도 되갚을 수 없는 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끼리만 자축하는 것은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흔쾌히 동의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성탄 선물을 안 줬기 때문에 그닥 많이 아쉬워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성탄절이 성경에서 지켜야 하는 절기로 기록된 것도 아니고 그 역사를 따져보면 종교와 정치의 혼합적인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명절이고, 지금은 그저 물질주의의 peak을 찍게 만드는 (신상품을 대량으로 팔거나 재고를 정리하는 기간? ㅎㅎ) 그렇게 상품화된 날이기에, 난 성탄절을 내 신앙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날로 삼지 않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 땅에 오심에 대해서는 언제든 기억하고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은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물론, 이 날 하루만이라도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으니 좋지 않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존중한다.)

지금 사는 나라에서의 성탄절은 이 나라의 최고 명절 중에 하나다. 공식적으로 9월부터는 성탄절 시즌이 시작되고, 성탄절이 있는 12월에 고용주들은 고용인들에게 13th month salary라고 해서 보너스도 제공할 정도니 이들에게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시즌인지는 설명이 더 필요 없을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살기 시작한 후로부터 성탄절이 내게 주는 피로도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수없이 많은 성탄 파티는 말 할 것도 없고, 문화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선물 주기 문화를 완전히 무시하고 살기에는 고려할 것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나름의 원칙은 ‘현지인들과의 관계에서 지혜롭게 대처하기’이다. 케바케. case by case. 분별력이 필요하다. 내 신념을 밀어부치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선교사 커뮤니티 안에서는 좀 더 boundary를 명확히 하는 편이다.

사실 이번 2020년의 성탄절은 코로나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번잡하고 덜 시끄러운 성탄을 보내겠구나하며 내심 좋아하고 있었는데, Zoom으로 성탄 모임을 하는 경우도 있고, 평상시 온라인 예배도 드리지 않던 교회가 갑자기 줌을 통해서 성탄절 행사를 한다고 하니... 그 많은 줌 미팅들 외에 extra 미팅들이 잡히게 된 셈이 되었다.

내가 너무 anti-social한 건가? ㅎㅎㅎㅎ 성탄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좀 더 차분히 깊게 생각하고 묵상하고 실천하고 싶은데, 우리끼리만 자축하는, 성탄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들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니… 나도 참… 유별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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